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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옷 한벌과의 결별 얼마 전 회사 동료로부터 헌 옷을 한 벌 얻었다. 잿빛 스웨터. 남편이 입던 옷인데, 예전에 에 소개된 아이들을 돕겠다고 가져 온 옷이었다. 뒤쪽 어깨 부분에 올이 풀려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구멍이 나긴 했지만, 말끔했다. 그 구멍도 재주 없는 내 바느질 솜씨로 몇 번 꿰매었더니 돋보기로 구멍 찾겠다고 덤비지 않는 이상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옷걸이에 걸린 그 옷을 보면 참 마음에 든다. 우선 옷 모양이 예쁘다. 옷깃을 세울 수도 있으니 목도리를 두르고 옷깃을 세우면 한 폼 한다. 앞에 달린 지퍼를 올리면 목도 따뜻하게 감쌀 수 있다. 한편으로는 헌 옷이라는 것 때문에 마음도 편하다. 새 것이었으면 아낀다고 오히려 행동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그만큼 내 몸을 좀 더 자유롭게 해 주었다... 더보기
마음의 텃밭 집 앞에 계절을 만들어가는 텃밭이 있습니다 봄 끝에… 살며시 뿌리를 뻗어 땅을 깨웠습니다 파릇한 싹을 돋아내 하늘을 만들었습니다 어린 잎들이 가지를 놓아 바람을 부릅니다 한 생명 저 혼자서도 오롯이 한 우주인데, 주위에 빈 자리를 내어 또 다른 싹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우주와 우주가 만나 텃밭을 이룹니다 파릇한 줄기는 하늘과 땅을 잇겠다며 제 키를 자랑합니다 여름 끝에…. 튼실한 알맹이는 이제 우주를 풍요롭게 합니다 햇초록으로 물든 바람은 텃밭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텃밭이 우주가 되니, 달리 꿈이랄 게 없습니다 텃밭이 꿈이고 우주가 꿈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텃밭이자 꿈이자 우주입니다 생명입니다 무엇인가를 거둬들일 수 있는… 마음 안에 그런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인을 반길 수 있는 텃밭이.. 더보기
게와 눈싸움 한판 붙다 우연은 때론 긴장을 부른다. 그날은 게나 나나 얘기치 못한 만남이었다. 그 순간 나와 그 게는 긴장 관계로 엮였다. 언뜻 보면 흔한 강이었지만, 서해로부터 바닷물이 밀물과 썰물로 드나드는 곳. 그곳은 강이지만, 바다기도 했다. 그 하구 한 자락에 다시 샛길처럼 시냇물이 흘렀다. 내가 만난 게는 그 시냇물과 4차선 도로 사이에 놓인 보도블록 위였다. 통상 자전거를 타고 가던 이가 엄지손가락만한 게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올 리는 없다. 그런데 그 게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스쳐 지나친 나는 한 5미터쯤을 가다가 자전거를 되돌렸다. 녀석을 구경하고 싶었다. 하구로부터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인데 어떻게 이 길가에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녀석의 사진을 한 장쯤 찍어두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