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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그 3초 - 글, 일터에서 놀다① 3초. 그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시선은 땅에 떨어졌다. 크지 않은 체구에선 미동도 사라졌다. 옆산엔 신록이 차올랐다. 하늘은 맑았다. 햇살은 봄볕이었다. 바람은 잠잠했다. 그 모든 자연도, 자연에 둘러싸인 그도 한순간 정지였다. 그 3초를 만든 이도, 그 3초를 무너뜨린 이도 그였다. 그는 땅에 떨군 시선을 거둬 옆산의 신록을 쓸었다. 잠시였다. 이내 시선은 마당가에 핀 계절꽃에도 잠시 머물렀다. 그가 가꾸었을지도 모를 꽃이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엄마도 불쌍하죠!” “……” “저도 불쌍하고요….” 그가 3초의 침묵을 깨며 자조하듯 흘린 말은 그 두 마디였다. 그 두 마디를 넘어오던 목소리는 울컥거렸다. 아무런 기운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3초를 만난 건 4월 .. 더보기
명함 한 장, 청소년 알바 권리에 요긴하네 어느날 명함 한 장을 받았다. 거기엔 사람의 이름 대신 '청소년의 알바 권리'가 정리돼 있었다. 뒷장엔 청소년 알바 권리 관련한 상담센터들의 전화번호가 열거돼 있었다. 청소년 알바 권리는 다섯 가지다. 근로계약서 작성한다. 실수해도 임금에서 깍으면 안된다, 다치면 산재보험이 가능하다, 하루 일해도 월급받을 수 있다, 초과임금 받을 수 있다. '알바'를 한번쯤 해 본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엑기스'들만 적혔다. 선하고 인격적인 업주도 없진 않지만, 일하면서 근로계약서 작성하는 경우가 오히려 이상하다. 그릇이라도 깨면 변상해야 하고, 다치더라도 약값 정도 받으면 다행인 게 일바시장의 다반사일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알바생의 권리로 극복될 수 있다니. 어느날 받은 명함은 명함이 아니었다. 홍보용.. 더보기
이름을 약속하다 초승산이라 이름지었다. 본디 불리던 이름이 없었을까만 그 모습이 예뻐 초승산이라 지었다. 초승산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충북 충주에 있는 한 연수원 뜰에 서야 볼 수 있으니, 일년에 두어 번 남짓하다. 최근 다시 초승산을 보았다. 이번엔 눈눞이를 달리했다. 매번 서 있던 뜰을 벗어났다. 뜰에서 운동장 쪽으로 계단을 밟고 내려섰다. 초승산과 어울리는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잡혔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초승산과 소나무는 희롱하듯 운치를 돋구었다. 연수원에선 이주민을 사람으로 대하는 법을 배우는 워크숍이 열렸다. 한 동영상은 시위하는 이주노동자가 끌려가는 장면이다. 노동자는 외친다. "나... 이야기 할 권리 있어! 나 권리 있어. 이야기 할 권리있어!"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말할 틈은 없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