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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지구자전거2 - 섬진에 내린 우주 도로는 살짝 비에 젖었다. 물기는 머금었지만 물이 고인 곳은 드물다. 밤새 비는 이슬과 가랑을 오락가락했을 듯싶다. 하늘은 아직 비와 이별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흐릿하다. 저 멀리 산자락들엔 구름도 제법 걸려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 흐린 아침이 특별한 것은 높새와 더불어 만난 강 섬진이 있기 때문이다. 섬진. 음식을 음미하듯 천천히 읊어보면 맛이 절도 도는 말이다. 감싸 안듯 푸근한 맛도 들고, 여유도 묻어난다. 섬진의 유래는 고려 말엽으로 올라간다. 당시 왜구가 출몰했을 때 강기슭에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타나 울부짖어 왜구가 달아났다는 구전이다. 두꺼비 섬(蟾)자에 나루 진(津)을 쓰는 섬진의 단어도 그 구전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하동읍에서 2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로 길을 열.. 더보기
지구자전거1 -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얼굴엔 땀이 그치지 않는다. 기운도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다. 높새를 끌고 있는 두 손목에서도, 팔뚝에서도 힘이 빠진다. 두 다리도 걷느라 어지간히 지쳤다.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의 어천마을을 지난 지 벌써 30여분은 족히 되었다. 그런데도 이 오르막은 끝날 기미가 없다. 도로 옆으로 펼쳐진 산줄기로 봐서는 제법 산을 올랐다. 다시 높새를 길 옆에 세워두고는 도로 턱에 앉아 숨을 돌린다. 갈수록 쉬는 시간의 간격이 좁아진다. 4시간 전인 아침 7시, 높새는 경남 함양읍에서 추석 연휴 첫날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높새와 노을이가 추석 연휴를 이용해 지리산 한 바퀴 돌기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노을이는 언제부터인가 지방도로를 지날 때면 이런 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노을이와.. 더보기
아침 6시 15분의 비 아침 6시 15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바깥 공기가 몸을 적셨다. 상쾌했다. 그러나 몸을 적시는 것은 공기만이 아니었다. 현관을 나서려 할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30여 분 전, 베란다에서 보았을 때는 비가 내리지 않은 듯 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집으로 되돌아왔다. 외출을 접었다. 오늘 외출은 여행이었다. 현관을 나서려 할 때 옆엔 자전거, 높새가 함께 했다. 광주에 온 후, 세운 목표 가운데 한 가지가 남도땅을 높새와 함께 돌자는 거였다. 그 목표를 두어 주 전에 처음 실행하려다 준비가 부족해 미뤄두었다. 그 일을 오늘 하려 했는데 이번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오늘은 광주에서 출발해 담양, 순창을 거쳐 백양사에 들렸다가 장성쪽으로 해 광주로 되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남도에서의 첫 나들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