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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오만을 넘어 플로리다 탐파의 한 강연장. 엠버 메리라는 다섯 살짜리 소녀는 자그마한 스누피 인형과 동전 몇 개가 든 작은 가방을 든 채 제인구달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엠버는 제인구달에게 돈과 인형을 건넸습니다. 고아 침팬지가 외롭지 않게 인형을 건네주고 바나나를 사 주라는 부탁과 함께. 백혈병으로 오빠를 잃었던 엠버는 ‘내셔널 지오그라픽’ 특집에서 엄마를 잃은 아기 침팬지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제인구달은 엠버와 같은 개인들로부터 지구의 희망을 찾습니다. 40여 년 전, 제인구달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베의 한 밀림에서 침팬지가 나뭇가지로 흰개미를 잡아먹은 걸 본 후,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명제는 거짓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인간은 또 하나의 오만을 벗은 셈입니다. 40여.. 더보기
2차선 길 경향신문사에서 덕수궁까지 2차선 정동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2차선 길엔 시간이 흘러도 몇 가지 잔상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명륜동 집으로 가던 2차선 길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들이 한 길가로 서 있습니다. 늦가을이면 지친 하늘 한 조각이 땅에 내려 쉬려는 듯, 큼직한 잎들이 툭, 툭, 떨어지곤 했던 그 길. 지금 살고 있는 연남동에도 2차선 길이 있습니다. 양 길가로 플라타너스 수십여 그루가 있습니다. 지난 여름, 저희들끼리 낮은 하늘가로 내려와 머리를 맞대며 신록의 터널을 이뤘습니다. 경적음 대신 초록빛 사각거림이 도시를 채웠습니다. 지금 이 길, 덕수궁으로 향하는 2차선 길에는 샛노란 은행잎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유치원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에도 노란 하늘조각들이 사뿐히 땅으로 내립니다. .. 더보기
참사람 부족 참사람 부족이 있습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향해 반원을 그리고 서서 대지에 있는 모든 것들과 마음으로 대화합니다.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하지 않습니다. 대자연에게 요청하면, 때로는 뱀 한 마리, 때로는 물고기 등이 그들에게 나타납니다. 그들은 식물이 번식하는데 필요한 만큼은 남겨 놓으며 아무리 물이 궁해도 동물들의 몫을 남겨 둡니다. 호주 사막에 사는 참사람 부족이 있습니다. 백 절도 넘는 노래로 시간과 거리를 잽니다. 기억력을 앗아가는 문자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불도 없고 몹시 추운 날에는 발을 가운데로 모으고 둥글게 누워 자기도 합니다. 오감을 이용해 사막 한 가운데서도 물줄기를 찾습니다. 참사람 부족은 우리 같은 문명인들을 무탄트라 부릅니다. 무탄트, 돌연변이를 뜻합니다. 참사람 부족이 보기에 문명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