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깊은사람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름비 가름비… 계절과 계절을 가르는 비가 있습니다. 그 비를 사이에 두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비의 존재를 깨닫고는 저 좋을 대로 가름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마 지난 주말에 내린 비가 그 가름비였을 겁니다. 여름과 가을을 가르는…. 사무실 제 자리 뒤켠으로 감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게 감이 열렸습니다. 어제 저녁 내린 가름비가 간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 수 많은 감 중에 단 한 개라도 제 것일 수 없겠지만, 열매는 반드시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때론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이 낡은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한 마음 닦은 셈 칩니다. 계절을 가르는 가름비가 .. 더보기 자연이 사랑하다 가을 문턱에서 아름다운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최근 한 시사지엔 인도에 사는 그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최근 인도 파키스탄 사이에 핵전쟁이 현실로 다가왔는데도 왜 도망치지 않죠?” 기자가 묻자,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우리가 어디로 도망칠 수 있나요? 내가 도망치면 모든 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친구들도 나무도 집도 강아지도 다람쥐도 새도 모조리 재로 변할 텐데. 내가 뭘 사랑하며 누가 날 사랑하며, 그래서 어디서 살 수 있겠어요?“ 그는 소설가입니다. 인도의 편협된 신앙과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은 것들의 신’이란 소설로 이미 97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책상만 지키는 소설가는 아닙니다. 한때는 보팔에서 동료 4명과 29일간 단식을 .. 더보기 사소한 수행 사소한 일입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급수대에서 물을 마실 때, 컵에 물을 받은 다음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납니다. 그 두어 걸음은 뒤늦게 온 이들에게 급수대에서 컵을 꺼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아주 사소한 행동입니다. 사소한 일입니다. 출입문을 드나들 때, 뒤따라오는 다음 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고 있습니다. 그 짧은 손끝은 사람이 다칠까 싶은 염려가 바쁜 걸음보다 크다는, 이주 사소한 표현입니다. 사소한 일입니다. 업무를 바삐 처리하려고 퀵 서비스를 부를 때, ‘빨리 배달해 달라’보다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건넵니다. 재촉 않는 그 말은 다급함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한 속도를 강요할 수 없다는, 아주 사소한 배려입니다. 이 모든 사소한 일들을 내 몸이 따르기엔 왠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더..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