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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40년만에 처음 만든 게장조림 출장길에 틈이 생겨 강진읍 5일장을 구경했다. 터미널에서 택시 승강장 쪽으로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너고 나니 5일장을 찾긴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골목입구에 언뜻 보아도 물건을 팔러 나온 할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골목입구에서 만난 할머니는 대여섯 개의 함지박을 땅에 두고는 물건을 내 놓았다. 그 물건 중에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게였다. 뻘을 씻지 않은 상태인 게들은 살아서 활발히 움직였다. 함지박이 조금만 낮았다면 수십 마리는 길거리로 줄행랑을 칠 정도로 생생했다. 존재를 인식하는 데 지식보다 경험이 앞선다. 나도 예외일 수 없어, 게를 볼 때 먼저 경험이 떠올랐다. 경험에서 만나는 게는 반찬거리, 즉 음식이었다. 어릴 적 남원에 살 때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텃밭에서 나는.. 더보기
게와 눈싸움 한판 붙다 우연은 때론 긴장을 부른다. 그날은 게나 나나 얘기치 못한 만남이었다. 그 순간 나와 그 게는 긴장 관계로 엮였다. 언뜻 보면 흔한 강이었지만, 서해로부터 바닷물이 밀물과 썰물로 드나드는 곳. 그곳은 강이지만, 바다기도 했다. 그 하구 한 자락에 다시 샛길처럼 시냇물이 흘렀다. 내가 만난 게는 그 시냇물과 4차선 도로 사이에 놓인 보도블록 위였다. 통상 자전거를 타고 가던 이가 엄지손가락만한 게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올 리는 없다. 그런데 그 게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스쳐 지나친 나는 한 5미터쯤을 가다가 자전거를 되돌렸다. 녀석을 구경하고 싶었다. 하구로부터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인데 어떻게 이 길가에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녀석의 사진을 한 장쯤 찍어두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자전거를 세워두고 .. 더보기
사람 사는 일터 2003년 직장에서 제작한 캠페인 포스터다. 그때 이런 일터가 되기를 희망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일터가 이런 문화이길 바랐다. 이 포스터의 디자인은 당시 알고 지내던 한 다지이너가 자원봉사로 제작해 주었고, 글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자료를 참조해 작성했다. 무척 아끼는 글 가운데 하나다. (포스터를 클릭하면 글씨가 제대로 보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