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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권운동가, 히딩크 소신 있는 추진력, 장기적 비전, 철저한 사전준비, 자신감 고취, 기초 경쟁력 중시… 이른바 ‘히딩크 리더십’을 말할 때 드는 덕목들입니다. 그러나 히딩크는, 달리 보면 인권운동가입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아직껏 벗지 못한 허울 가득한 권위와 엄숙주의를 넘어선 사람입니다. 그의 골 세레모니는, 골을 넣어도 팔짱을 낀 채 무게를 잡던 한국 감독들의 엄숙주의를 단번에 날려버린 행동이었습니다. 한때 전지훈련장에 여자친구와 동행한 것을 두고 비난하던 일부 언론의 속 좁은 엄숙주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방종’이었습니다. 그는 일치를 만드는 ‘자유’를 알고 조직을 키우는 ‘개인’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훈련 중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선수들과 함께 골대를 나릅니다. 선수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는 .. 더보기
어둠의 근원 소니아는 인도 북부 질란다루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녀입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5살 때부터 축구공 꿰매는 일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몸져누운 상황에서 아버지의 벌이만으로 생계를 꾸리기는 버거웠습니다. 그가 축구공 한 개를 꿰매서 받는 임금은 약 300원 정도였습니다. “밖에 나갈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공을 꿰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축구공 두 개를 꿰매고 나면 하루해가 저물었고, 하루 번 일당으로는 우유 1리터도 살 수 없었습니다. 인도의 한 시민단체에 의하면 인도에서만 축구공 꿰매는 아이들은 2만여명이라고 합니다. 파키스탄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부는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축구공을 제조하는 초국적기업들이 제조노동자들에게 실질 임금을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보기
훗날의 축제 축제를 보았습니다. 공 하나로 불꽃을 지핀 축제를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만들어 줄줄 아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엄숙하기 그지없던 태극기로 치마를 만들고, 두건을 만들고, 망토를 만들어 한껏 자신을 가꾸어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얼굴에, 윗몸에, 종아리에, 페인팅 하면서 내 몸뚱아리가 나를 표현하는데 더없이 유용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을 것입니다. 하여, 누가 ‘우리편’인줄 모를 아이들일지라도 역시 나를 가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제는 기꺼이 즐거웠습니다. 오늘 만난 아이들이 이 축제를 흐린 기억으로 남겨두기 전에 그들의 기억을 새롭게 채울 또 다른 축제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축제들이 포개지고 포개져 기억 결결이 높고 깊은 축제의 지층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