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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무등산, 3시간 타고 4시간 술 마시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집을 나설 땐 한 두 송이 내리던 눈이 버스를 타고 증심사로 가는 길엔 하염없이 쏟아졌다. 도로엔 곧바로 눈이 쌓였다. 버스도 승용차도 속도가 늦어졌다. 증심사에서 내려 무등산 자락을 오를 때까지도 눈이 내렸다. 그래도 포근했다. 1월 29일. 광주를 떠나기 전에 무등산을 가 볼 생각에 광주에 사는 지인과 약속하고는 오전 10시에 증심사 입구에서 만났다. 나흘 동안 술을 마셨기 때문에 쉬운 코스로 가자고 했다. 지인은 바람재코스로 길을 잡다가 너덜겅약수터로 오른 후 토끼등을 거쳐 중머리재까지 갔다. 무등산 등산길은 그 코스가 무척 다양한데, 지인은 수월한 길을 잡았다. 특히 토끼등에서 중머리대로 가는 길은 산을 오른다기보다는 그저 산보하듯 걷는 기분이었다. 중머리재엔 백 여명 되는.. 더보기
누군가에겐 없는 12월 31일 2010년 12월 31일. 광주송정역에서 무궁화호를 탔다. 목적지는 경남 진영역. 오전 10시 10분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 무렵에 진영역에 닿았다. 그곳에서 택시로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발길이다. 그새 대통령의 묘지 주변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묘지 뒤에 세운 곡장이 붉게 녹슬었다. 곡장의 재질은 오래될수록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내후성 강판이란다. 묘지 주변에 세워진 철줄과 주변에 서 있는 두 명의 경비원도 이번에 처음 봤다. 지난번 묘지 훼손 사건 이후 보강된 듯하다. 1만5천명의 염원을 담았다는 박석 또한 7월엔 없던 풍경이다. 성금을 모아 박석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모금 얘기를 미리 듣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 했.. 더보기
존재가 부활하는 법, 자리를 찾다 시골 마을 돌담 위에 홍시 두 개가 나란히 앉아 있다. 감나무에서 떨어질 때 제 스스로 자리를 골라 이 담위에 올라앉지를 않았을 터였다. 누군가 길가에 떨어진 감을 주워 이처럼 돌 담위에 올려놓고 보니, 비록 상처입은 감이나마 제 모습을 오래 갖추게 되었다. 더욱이 지나는 길손의 눈길까지 유혹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 유혹에 발길까지 멈춘 나그네는 사진찍는 볼 일을 보고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을 햇살에 시나브로 말라 갈 감들이 애처로워 보였다. 이 감상은 이유도 없고 원인도 모른 채였다. 그저 떨어져 이제는 의미를 잃었을 감에게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한 어느 손길의 마음에 슬며시 웃음 한 번 지으면 넘치지 않았을 감정의 과잉이었다. (20101226) 지난 10월 담양에 있는 무월마을의 골목길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