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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제주에 솟은 인권 오름 강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6~7명씩 모둠을 이룬 수강생들이 대자보에 토론 주제를 적었다. 작업치료, 격리 및 강박, 전화사용 금지 및 제한 등 정신보건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이슈들이었다. 이때부터 강의장은 토론하는 수강생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30여 분 후 모둠별로 나와 각 이슈에 대해 환자의 입장, 환자 보호자의 입장, 직원의 입장 등을 대변했다. 11월 12일 오후, 제주시 월평동의 제주정신요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신보건 종사자 인권교육장. 이날 강사로 나선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소장은 토론의 흐름을 잘 이어나갔다. 그는 일방적 주입이 아닌 참여와 소통 방식을 유지하면서, 때론 예측할 수 없는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한 코디네이터였다. 제주도는 그 지형상 .. 더보기
섭지코지, 기억이 증발하다 모든 게 달랐다. 기억은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모든 게 낯설었다. 과거도 찾을 길이 없었다. 개발의 기운이 묘하게 스며든 땅. 씁쓸한 만족감이 스멀거리듯 아침 햇살에 드러나는 곳, 그곳에 서 있다는 게 못내 어색했다. 10년 만에 찾은 섭지코지는 그처럼 내 존재를 정의짓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성산포를 떠나 섭지코지에 닿았다. 큰 길을 따라 내쳐 달리니 마치 고급 아파트 같은 건물 여러 동이 나타났다. . 콘도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낮선 이름이다. 좌측 출입구를 지나쳐 직진하니 주차장이다. 주차장 근처에서 보니 저 너머로 확 트인 잔디밭 정원이 펼쳐졌다. 정원에는 사람들 10여 명이 휴식을 즐겼다. 꼬마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거닌다. 그 정원과 내가 있는 곳 사이엔 매표소가 .. 더보기
나무. 조작할 수 없는 역사 나무는 조작할 수 없는 역사다. 시간이 흐른만큼 나이테를 키우며 하늘로 오른다. 그래서 아름드리 나무 앞에 가면 그저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순창군 적성초등학교에 있는 나무들 또한그 자체가 훌륭한 교사일 듯 싶다. 단풍까지 든 그 나무 앞에서 시간도 그렇게 물들어 간다. (2010103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