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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물고기가 튄다 - 올레조각14 다시 만난 호수같은 바다에서 수면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를 보았다. 앞길만 보았다면 놓쳤을 그 모습을 보고나니 이제는 시선이 앞길보다는 수면으로 향한다. 그저 잔잔한 물결만을 담은 듯한 모습인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느 수면에서 불쑥 물고기가 튀어오른다. 수면 위로 튀어오른 물고기는 어쩌면 포식자를 피해 도망가는 중이거나 수중에 산소와 수온이 쾌적한 환경을 이뤄 튀어오르고 있는 중일 터였다. 날씨로 보자면 즐거움의 비상이겠으나 물고기가 아닌 이상 진실은 알 수 없다. 발걸음이 더디더라도 저들의 몸짓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카메라 초점을 수면에 맞추었지만, 어디에서 물고기가 튀어 오를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짐작으로 방향을 정하고 무언가 튀어오르면 무조건반사처럼 셔터를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 서투.. 더보기
길 친구 길을 떠나면 무엇이든 친구가 된다. 끝없는 듯 이어진 길도 그 길을 둘러싼 하늘도, 숲도 묵묵히 길이를 조절하며 따르는 그림자까지 친구가 된다.(20100613) 더보기
존재를 보는 법 - 올레조각13 그때부터 성산일출봉은 기준이 되었다, 처음엔 그에게서 멀어지는 길손들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길손들은 그를 뒤어두었다가 오른편에 두기도 하며 걸었다. 잠깐씩 길손들이 그를 놓칠 때도 있지만 잊었다 싶을 때쯤 그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신삭봉에 올랐을 때, 그는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올레 2코스의 첫마을인 오조리에 들어설 때도 그는 잠시 모습을 감췄다. 돌담을 지나 마을을 벗어날 즈음 그는 다시 길손의 왼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선을 무엇에 먼저 두든 그 앞에서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마을길과 밭을 가르는 돌담, 돌담너머로 붉은 빛을 띠는 흙밭, 밭 돌담 너머 자란 나무 몇 그루, 일출봉 위로 펼쳐진 하늘까지, 시선은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그, 성산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