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피고인이 되다 지난 6월부터 서초동 재판장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드나들고 있다. 누구를 취재하자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 일상이다. 내 이름자 앞에 피고인이란 이름이 붙으면서, 색다른 그러나 매우 현실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몇 가지가 있다. 검찰 조사 지난 1월 기자로 있을 당시에 검찰 조사를 처음 받았다. 독도 취재가 걸려 검찰측 직원과 몇 번 통화를 한 끝에 1월 7일 서초동 서울지검으로 갔다. 당시 검찰 조사는 약 1시간 30분 정도에 걸쳐 이뤄졌다. 당시 내가 현역기자라는 점 때문인지 검찰 직원은 가능한 예의(?)를 취해 주었다. 조사라기보다는 사실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국회에서 고발한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을 말하는 정도였다. 결과적이지만, 그.. 더보기
가을 감 말빛 한 마디 없이 반짝이는 노릇한 향기 눈빛에 물들다 잎들이 진 푸른 틈새로 나누고 나눈 밀어에 가을은 비로소 제 꿈을 꾸나니 그 냥 거 기 있 어 더 욱 힘 이 되 는 존 재 하늘도 너로써 더 맑아진 날 네가 떨어지면 한 세상이 저무는 걸. (2000.10.) 더보기
가을 지리산, 본전 없는 상상들 밤기차 밤기차의 낭만이란 찾을 길이 없다. 1호차 맨 끝 칸과 벽 사이. 좌석을 구하지 못해 입석으로 탄 어느 일가에겐 그곳이 좌석이었다. 그 공간은 대 여섯 살 돼 보이는 아이 둘의 침실이 되었다. 다리를 쪼그리고 누운 그들에겐 기차의 덜컹거림이 자장가다. 그 반대편 공간엔 그들의 할미가 쪼그리고 앉았다. 그 옆엔 며느리이거나 딸인 듯한, 아이들의 엄마가 앉았고, 아이들의 아빠는 좌석에 기댄 채 서 있다. 그런 불안한 모습을 담고 기차는 서울역을 벗어났다. 밤기차.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어둠의 존재를 깨닫게 해 주는 기차 안 불빛에 어려 창에 내 얼굴이 비친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는 밤기차를 탈수 없을 것 같다. 누구와 말을 걸 수도 없을 만큼 침묵인 저 어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