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마음이, 생각이, 꿈이, 몸이 예쁜… 여인 오랜 여행을 떠났습니다. 푸른 하늘도, 높은 산도 없는 곳으로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삶이 그러했을까요? 한번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을까요? 삶이란… 그럴 때가 있습니다.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 아니, 이번 여행은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평온한 삶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가지고 사는 듯 했습니다. 주말이면 만나 술 한잔 나눌 친구들도 있고, 누구 눈치 보지 않고도 혼자 발가벗고 누워도 좋을 내 공간도 있고, 배고프지 않을 만큼의 먹을거리도 있었지요. 정히 심심하다면 비디오를 봐도 그리 나쁘지 않을 일상까지. 그런 일상이었는데 어느 날 마음이 훌쩍 여행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몇 달…. 달을 보고 내딛던 발걸음은 달그림자도 밟지 못한 채 지치고 피곤한 기색으로 터벅거리며 집 골.. 더보기
옷 한벌과의 결별 얼마 전 회사 동료로부터 헌 옷을 한 벌 얻었다. 잿빛 스웨터. 남편이 입던 옷인데, 예전에 에 소개된 아이들을 돕겠다고 가져 온 옷이었다. 뒤쪽 어깨 부분에 올이 풀려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구멍이 나긴 했지만, 말끔했다. 그 구멍도 재주 없는 내 바느질 솜씨로 몇 번 꿰매었더니 돋보기로 구멍 찾겠다고 덤비지 않는 이상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옷걸이에 걸린 그 옷을 보면 참 마음에 든다. 우선 옷 모양이 예쁘다. 옷깃을 세울 수도 있으니 목도리를 두르고 옷깃을 세우면 한 폼 한다. 앞에 달린 지퍼를 올리면 목도 따뜻하게 감쌀 수 있다. 한편으로는 헌 옷이라는 것 때문에 마음도 편하다. 새 것이었으면 아낀다고 오히려 행동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그만큼 내 몸을 좀 더 자유롭게 해 주었다... 더보기
까치밥 가냘픈 가지 끝에 붉은 가슴 드러내는, 그게 곧 고백인 거지 눈길만 주다 결국 아쉬운 그런 고백인 게지 하늘가에 기댄 채 붉던 가슴에 검은 한 점 키워 가는, 그게 곧 사랑인 게지 어쩌지 못해 결국 지고 말 그런 사랑인 게지. (2000.1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