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썸네일형 리스트형 곧 터질 듯한 꿈들의 꽃망울 책장위에 있던 봉숭아 화분을 사무실 테라스에 내 놓았다. 모처럼 하늘이 주는 비를 맞아 볼 기회를 주었다. 마치 아이를 놀이터로 보내는 듯이. 비 한두 방울이 잎사귀에 내려앉았다. 가만히 보니 가지마다 꽃망울을 안고 있다. 몇 개는 조만간 터질 듯싶다. 저 작은 몸에 참 많은 꽃망울을 달고 있으니 힘들기도 하겠다. 어느 덧 빗방울에 흠뻑 젖은 잎사귀들에 싱싱한 기운이 돈다. 5월은 로 온 지 만 1년이 되는 달이다. 이달 세풀을 정리하면서 1년 평가를 하고 싶었다. 몇 가지 포기 할 것을 포기 하고 난 후, 몸과 마음이 편해져 버린 이 생활. 고치지도 못할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조목조목 지금의 내 삶을 들어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 복잡한 또 하나의 선이 내 주변에 그어지고 있어 그 평가를 미룰 수.. 더보기 이혼 후 맞이한 생신 “나다. 왜 느그 누나들은 전화 한 통화 없다냐?" 4월초 아버지 생신날 아침, 이른 시간에 내게 전화를 한 아버지의 첫 마디였다. 그렇잖아도 생신이고 해서 전화를 드리고 저녁에라도 갈까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독촉 전화를 받고 나니 오히려 맥이 풀렸다. 아버지의 전화내용인즉, 생일인데도 딸자식들이 전화 한 통화 없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당신께서 서운한 마음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신이라도 그렇지, 그 전날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아침 눈도 뜨기 전인데 전화를 할까 싶었다. 딸자식들에 대해 서운해하는 얘기를 들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지라, 일단 사태를 수습했다. “아직 아침인디, 밥들 먹고 흐것제라. 쪼끄만 기달리씨요이.” 사람이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하던가. 최근 몇 년 아버지를 .. 더보기 서른 둘로 만났던 지인들 저녁노을이 붉게 푸르게 뚝뚝 지는 걸 본 적이 있다 머리털 한 가닥까지 다 풀어놓고 천길 벼랑으로 내달렸었다 나 오늘 그 노을을 다시 본다 직장에서 쫓겨나 초라한 제 얼굴 감추고자 서둘러 돌아서는 서른둘 사내의 등허리에서 저녁하늘에 첨벙첨벙 발을 담그는 그 노을을 다시 본다 시인 오봉옥은 '그 노을을 본다'에서 서른 둘 인생으로 해고 노동자를 붙잡았다. 지난 4월 부평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쓰러진 노동자 가운데도 “직장에서 쫓겨나 / 초라한 제 얼굴 감추고자 서둘러 돌아서는” 노동자들이 있었으리라. 아니 그곳에 있는 이들은 “초라한 얼굴”이 아니라 “분노에 찬 얼굴”이었으리라.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 버린 “천길 벼랑”에 선 그 분노…. 온 나무의 잎에 윤기를 덧칠하는 예절바른 4월의 햇살. 사무실.. 더보기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