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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병문안의 목적 “처남? 아직 제주도야?” 지난 2월 19일 제주인권학술회의(2001) 마지막 날 오전. 큰 매형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예, 오늘 저녁 때 올라갈 것 같은데요. 왜요?” “응, 아냐. 올라오거든 나한테 전화해 줘.” 평소에 우리 집 큰 아들 몫을 톡톡히 하는 큰 매형의 전화는 그렇게 간단히 끝났다. 그런데 전화 뒤끝이 이상했다. 평소 연락이 잦았던 것도 아닌데, 단지 내가 제주에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려고 전화를 했을 리는 만무했다. 궁금하던 차에 점심 무렵, 큰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대신 조카가 받았다. “엄마 지금 없어. 할아버지 입원한 병원에 간다고 가셨는데….” 짐작이 맞았다. 아버지에게 뭔 일이 있었던 거다. 전화를 끊고 동생과 통화하고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1.. 더보기
봄, 내 맘의 생태계 갑작스레 내린 폭설이 녹아 빗물처럼 자국을 남긴 도심거리. 한낮의 햇살 안에 든 몸이 무언가 알은 체 한다. 겨울 다음에 올 계절, 봄에게 몸이 먼저 달려가려는 모양이다. 회사 계단 창가 너머로 보이는 목련나무에 솜털뭉치처럼 달린 새순을 보며 그 봄을 확인할 법도 한데 오늘은 먼 길을 떠난다. 제천으로 취재를 떠나는 길의 고속버스. 창 밖에 내걸린 하늘이 무겁다. 어제까지 푸른빛이 돌던 하늘이 온통 잿빛이다. 그 무거운 하늘을 인 야트막한 야산들 기슭에 남은 잔설 들은 그저 봄이 조금 더디게 올 것이라는 눈짓만 보낼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눈짓에서 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저마다 한 세상을 이루고 산다.’ 이 말에 거듭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순간 술자리에 앉아 잔을 기울이는 이나, 국가.. 더보기
"자신의 힘을 알기나 하는지” 북경에서 온 이메일, “세상에 좋은 잡지, 같이 만들어 가요. 가끔은 흔들리면서.” 3월호에 실린 편집후기다. 편집후기. 한 달 동안 잡지를 만든 수고로움 뒤에 남는 느낌을 풀어내는 공간이다. 지난 1월호부터 가능한 짧게 쓴다는 다짐에 따라 가능한 한 줄로 끝맺었다. 이번 3월엔 북경에서 온 이메일로 대신 채웠다. 이 이메일을 보낸 이는 오지여행가로 알려진 한비야님이다. 한비야님은 그 동안 몇 권의 책을 내고 현재는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북경에 머물다 2월 말 귀국했다. 작은이야기에는 지난해 8월부터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래서 원고 청탁을 할 때는 이메일로 주고받곤 했다. 한비야님은 기운이 넘치는 특유의 말투를 이메일에서도 구사한다. 이번 3월호 원고청탁을 하는데 한비야님으로부터 이런 이메일이 날아들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