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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굳은살 밤 두 시 시 한 줄 끄집어내지 못하고 애꿎게 발꿈치 굳은살만 뜯어낸다. 언제쯤 시 한 줄 불러내 떠난 사랑 다독여줄지 알지도 못하면서 언제쯤 제대로 슬퍼할 줄도 모르는 머릿속에 박힌 굳은살을 뜯어낼지 기약도 못하면서 애꿎게 발꿈치 굳은살만 뜯어낸다. 발꿈치 굳은살에 걸려 떠나는 사람 잡지 못했다는 듯이 굳은살 떼어내면 새 살 돋듯 새 님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밤 두 시가 넘어서도 애꿎게 발꿈치 굳은살만 ㄸㅡㄷ 고 있다. (1999.7.) 더보기
30과 12분의 6 빨간 앵두 한 그릇 횡성읍에서 취재를 마치고 나오며 시장을 지나쳤다. 여든 살은 돼 보이는 할머니가 빨간 앵두가 담긴 바가지보다 조금 큰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구, 원주로 들어가야지.” 그러자 옆에 난전을 벌인 아줌마들이 한 소리 한다. “그게 얼마나 된다고 거기까지 가세요” 그럼에도 할머니는 아랑곳없이 휜 허리에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시장을 빠져나갔다. 짐작컨대, 장사가 안 되니 원주로 가겠다는 거였다. 횡성읍에서 원주까지는 20분 정도면 간다. 차비는 왕복 2천원. 얼핏 들여다본 할머니의 그릇 안의 앵두로는 도저히 본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열심히 운동을 취재하고 다니는데, 그 할머니의 장사란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 이놈의 운동이란 게 현실에서는 왜 이리 맥없어 지는 .. 더보기
30과 12분의 5 커플링을 사다 여친과 종로에 나가 커플링을 구입했다. 결혼에 대한 내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커플링은 내가 구입하자고 했다. 커플링의 의미야 여러 가지겠지만, 무엇을 기약할 수 있을지. 분명한 것은 내가 어렵게 살려고 ‘발악’하고 있다는 것. (19995.5.19.) 중고 카메라를 사다 백두대간 출발 하루 전. 카메라를 구입했다. 사진기자 임종진 선배와 함께 종로 가게에 갔다. 중고라는데 내 월급과 맞먹는다. 구입했다. 사진을 그리 많이 찍지도 않는 내가 이렇게 비싼 걸 구입하는 게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어차피 한 번은 카메라를 살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구입하자는 생각이 서로 갈등했다. 후자가 이겼다. 기자생활을 하자면 사진을 겸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았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나오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