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깊은사람

훗날의 축제 축제를 보았습니다. 공 하나로 불꽃을 지핀 축제를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만들어 줄줄 아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엄숙하기 그지없던 태극기로 치마를 만들고, 두건을 만들고, 망토를 만들어 한껏 자신을 가꾸어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얼굴에, 윗몸에, 종아리에, 페인팅 하면서 내 몸뚱아리가 나를 표현하는데 더없이 유용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을 것입니다. 하여, 누가 ‘우리편’인줄 모를 아이들일지라도 역시 나를 가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제는 기꺼이 즐거웠습니다. 오늘 만난 아이들이 이 축제를 흐린 기억으로 남겨두기 전에 그들의 기억을 새롭게 채울 또 다른 축제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축제들이 포개지고 포개져 기억 결결이 높고 깊은 축제의 지층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더보기
지구의 환호성 깜 빡 깜 빡 영혼은 이미 떠났으나, 육신이 미쳐 따르지 못해 깜 빡 깜 빡 껌 뻑 껌 뻑 안락한 휴식도 없고, 온전한 생명도 없는 깜 빡 깜 빡 껌 뻑 껌 뻑 컴 뻑 컴 뻑 컴퓨터용 모니터의 긴․급․구․조․신․호 깜 빡 깜 빡 껌 뻑 껌 뻑 컴 뻑 컴 뻑 컴 퍽 컴 퍽 손놀림 한번으로 구원할 수 있는 아주 가여운 몸짓입니다. 퍽! 짧은 환호성입니다. 미미한 영혼 하나를 얻은 지구가 터뜨리는. 더보기
마음의 계절 집 앞 담벼락 너머에 두어 평 남짓한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잡지 마감한다고 무심코 지났쳤는데, 오늘 보니 텃밭엔 풍성한 여름이 들어와 있습니다. 어느새 옥수수는 붉은 수염을 매단 채 제 몸을 키워가고 한 켠에서는 고추도 푸릇한 빛깔을 냅니다. 상추는 잎이 드새진 채로 키가 훌쩍 컸습니다. 누가 심은 건 지 알 수는 없어도, 굳이 거두기 위해 가꾸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봄에는 어린 싹들로 샛초록 땅이었는데 이 여름엔, 초록 바람이 텃밭을 쓸고 지납니다. 텃밭에 계절이 내리듯, 사람들 각자에게도 나름의 계절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여름이지만, 조금은 쓸쓸한 가을색을 느끼는 하루가 있을 것이고 가을이지만, 봄같은 산뜻함이 도는 만남도 있을 것입니다. 일상을, 하루를 스치는 그 계절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