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riting Story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람 나무 - 글, 낙서와 놀다③ 봄꽃이 지면 싹이 돋고 여름꽃이 지면 열매가 자랍니다. 사람은 매일 꽃을 떨구는 나무입니다. 모든 꽃들이 계절마다 제 역할을 달리하는지는 과학의 영역이다. 그 영역까지 훑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의 증거다. 그럼에도 꽃이 진 자리에서 싹이 돋는 봄꽃들이며, 열매가 돋는 여름꽃들을 보면 제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그런 역할들은 오롯이 생명을 돋우는데 보태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좌절과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그런 부정의 늪에 빠져도 대부분의 이들은 거뜬히 헤쳐나온다. 그 힘을 사람들에게서 피어나는 꽃이 주는 건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 역시 매일 꽃을 피우고 꽃을 떨구는 나무다. 매일 떨구는 꽃들이 봄꽃인지 여름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어떤 꽃이든 모.. 더보기 그 3초 - 글, 일터에서 놀다① 3초. 그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시선은 땅에 떨어졌다. 크지 않은 체구에선 미동도 사라졌다. 옆산엔 신록이 차올랐다. 하늘은 맑았다. 햇살은 봄볕이었다. 바람은 잠잠했다. 그 모든 자연도, 자연에 둘러싸인 그도 한순간 정지였다. 그 3초를 만든 이도, 그 3초를 무너뜨린 이도 그였다. 그는 땅에 떨군 시선을 거둬 옆산의 신록을 쓸었다. 잠시였다. 이내 시선은 마당가에 핀 계절꽃에도 잠시 머물렀다. 그가 가꾸었을지도 모를 꽃이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엄마도 불쌍하죠!” “……” “저도 불쌍하고요….” 그가 3초의 침묵을 깨며 자조하듯 흘린 말은 그 두 마디였다. 그 두 마디를 넘어오던 목소리는 울컥거렸다. 아무런 기운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3초를 만난 건 4월 .. 더보기 아버지에게 글을 바치다 - 글, 사람과 놀다④ 꿈 한 자락 제대로 내보이지 못한 채 이천삼년 팔월 끝자락에 육십사 년 시대가 지고 청절한 한 우주가 닫히다 소년이 소박했고 청년이 가난했고 중년이 낯설었고 노년이 쓸쓸했지만 그만큼이 삶이고 역사이고 그만큼이 세상과 모든 사람들에게 베푼 사랑이었다. 저 세상의 영혼은 평온하시길. 그 사랑을 미쳐 알 수 없었건 이가 아버지 기일이 돌아왔다. 납골당에 가는데 영정을 준비했다. 납골당에 사진 한 장을 둬야겠다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영정으로 사용했던 사진을 택했다. 돌아가시기 1년 전쯤 내가 찍은 사진이다. 추석 명절 때 낮술을 한 잔 하시고는 집에 찾아온 조카들을 보고 계시던 모습이다. 사진을 준비하고는 그것만 액자에 담자니 뭔가 허전했다. 그래서 짤막한 글을 썼다. 아버지의 삶을 담을..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