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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놀이꾼 노을이

무등산, 3시간 타고 4시간 술 마시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집을 나설 땐 한 두 송이 내리던 눈이 버스를 타고 증심사로 가는 길엔 하염없이 쏟아졌다. 도로엔 곧바로 눈이 쌓였다. 버스도 승용차도 속도가 늦어졌다. 증심사에서 내려 무등산 자락을 오를 때까지도 눈이 내렸다. 그래도 포근했다. 1월 29일. 광주를 떠나기 전에 무등산을 가 볼 생각에 광주에 사는 지인과 약속하고는 오전 10시에 증심사 입구에서 만났다. 나흘 동안 술을 마셨기 때문에 쉬운 코스로 가자고 했다. 지인은 바람재코스로 길을 잡다가 너덜겅약수터로 오른 후 토끼등을 거쳐 중머리재까지 갔다. 무등산 등산길은 그 코스가 무척 다양한데, 지인은 수월한 길을 잡았다. 특히 토끼등에서 중머리대로 가는 길은 산을 오른다기보다는 그저 산보하듯 걷는 기분이었다. 중머리재엔 백 여명 되는.. 더보기
사과박스 45개를 싸다 이사준비를 하다 사과박스 45개. 오늘 밤 9시까지 싼 이삿짐이다. 금요일에 이사견적을 하려고 온 이삿짐센터 직원은 짐을 대략 보더니 사과박스를 선택했다. 통상은 이삿짐 전용 플라스틱 바구니를 사용하는데, 사과박스를 주요 포장방식으로 택한 건 책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박스에 이삿짐을 담으면 서울에 도착해서 책을 모두 빼놓고 가야 한다. 그러나 사과박스로 싸면 짐만 부려놓고 이삿짐센터는 갈 수 있으니 시간을 아끼는 셈이다. 그 대신 이삿짐 센터 직원의 말에 의하면 "한 개에 1천원" 하는 사과박스 60개를 어제 저녁에 미리 갖다 주었다. 짐 싸는 일은 일요일 아침 9시 무렵부터 시작했다. 먼저 큰 방에 있는 책들을 사과박스에 담았다. 테잎으로 박스를 만들고 책을 넣고 다시 테잎으로 붙인 후 간단히 '책-큰.. 더보기
밥상으로 받은 행복 지난해 10월 다녀온 행복마을에서 인상적인 것은 밥이었다. 이는 행복마을을 아는 이들에겐 다소 엉뚱할 듯싶다. 행복마을은 낙후된 농어촌 마을을 사람이 사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주택을 한옥으로 개량하고, 마을마다 주민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특화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따라서 행복마을 방문객들은 으레 한옥체험 활동이나 방문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게 보통일 듯싶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으로 밥을 꼽으니 엉뚱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성 싶다. 그럼에도 네 곳의 행복마을을 다니면서 정작 내 마음을 잡은 것은 밥상이었다. 첫 밥상은 담양 무월 마을에서 받았다. 밥상은 점심 무렵에 도착한 일행들에 맞춰 무월달빛문화관 안에 차려졌다. 밥과 반찬은 뷔페식으로 문화관 방안 한켠에 놓였다. 함께 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