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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바닷가의 한치, 지루함을 쫓다 - 올레조각5 종달초등학교를 지나 종달리 마을을 빠져나오니 갈대밭이 이어진다. 이내 길은 바닷가로 발걸음을 안내한다. 종달시흥해안도로다. 해안도로는 성산리까지 활처럼 휘어 바다를 안쪽에 품었다. 바닷가로부터 담을 높이 쌓아 낸 도로는 바다와 접근을 막았다. 그 도로가 올레길이다. 해안도로는 지루하다. 바닷물은 맑지 않다. 달리 감동받을 무엇도 부족해 보였다. 그 지루함을 잠시 잊게 해준 곳은 한치를 팔던 노점이다. 노점엔 올레길 안내도 겸하고 있지만 이 정도 길에서 안내받을 올레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바닷가 쪽으로 걸어놓고 말리는 한치가 평이한 풍경에 잠시 변화를 준다. 한치 한 마리쯤을 구입한다면, 도로를 걷는 지루함을 달래는 데는 제격이다. 이쯤까지 걸으면 제주올레길에서 맛볼 길의 모양은 모두 맛본 셈이 된다. .. 더보기
지도없이 강 영산과 만나다 1. 2009년 4월 광주에 왔을 때, 강 영산을 따라 자전거여행을 떠나고자 했다. 영산이 바다와 만나는 목포까지 영산의 물줄기를 따라 달리는 거였다. 그 생각의 일부분을 11개월 만에 이뤘다. 3월 13일 토요일 아침 영산을 향해 자전거 높새와 길을 나섰다. 집을 떠난 지 20분만에 영산의 둑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남짓 영산의 둑을 따라 하류로 달렸다. 둑길은 아스팔트 길이었다가 맨땅이었다가 때론 야산에 가로막혀 10여분을 돌아야 했다. 4대강 둑 공사장 전후로는 잔돌이 잔뜩 깔려 산악용이 아닌 높새로서는 고생스런 구간도 있었다. 전남 화순에서 내려온 지석천과 영산이 만나는 지점에서 높새화 영산의 첫 만남은 끝났다. 2. 보통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 지도를 챙긴다. 대개 낯선 곳으로 떠나고, 가.. 더보기
꽃봄에 봄꽃 피다 해는 동녘에서 솟지만 봄은 남녘에서 돋는다. 3월의 주말, 꽃들을 만났다. 강 영산의 둑에선 꽃망울을 두어 개 터뜨린 매화가 봄이다. 올 들어 처음 만나는 꽃봄이다. 반갑다. 주변엔 아직 봄이라 부를 만한 무엇도 없는데 겁없이 저 혼자 봄이다. 어느 들판의 밭둑엔 손톱만한 꽃망울들이 풀들 틈에 봄을 그려냈다.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반갑다. 무리지어 피지 않았다면 조용히 잊혀 질 봄이 될 뻔 했다. 어느 마을의 집 입구에 선 나뭇가지에도 매화가 봄으로 서 있다. 꽃망울이 제법 많아 외롭진 않겠다. 영산의 둑보다 남녘에 조금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그만큼 호사다. 저 꽃들 앞에선 사흘 전에 세상 가득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누구도 고할 수 없다. 혹여 용기 있는 자가 나서 그 사실을 말하더라도, 이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