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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호수같은 바다 - 올레조각11 광치기해변에서 시작된 2코스에 접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가 길이 나타났다. 물은 바닷물이지만 그 모양새는 호수와 다를 바 없다. 호수같은 바다다. 처음 걷는 올레길은 모든 게 미지다. 비록 제주도에 서너 번 다녀갔다고 해도 올레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지역을 내놓기 때문이다. 호수같은 바다를 끼고가는 길은 별 특징이 없다. 모양새만 봐서는 무엇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여느 호숫가라도 가질 법한 물가의 길과, 파도도 없는 그저 죽은 듯한 물도 큰 매력이 없다. 주변엔 나무 한 그루도 없어 마땅히 쉴만한 곳도 아니다. 그저 때론 질척이는 땅을 피해 걸어야 하는 조심성만 없다면 무뚝뚝한 발길이 잘 어울린다 싶다. 물 주변을 걷고나면 이제 길은 방파제를 타고 호수같은 바다를 가로지른다. 방파제 양쪽에서 .. 더보기
새벽녘 달빛- 올레조각10 새벽녁이었다. 창밖이 훤했다. 깨어서 본 빛이 아니라 그 빛에 잠에서 깼다. 제주의 달빛은 이리도 밝은가! 언제 또 올지 모를 제주의 밤에 이 달빛을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건넌방에는 또다른 올레꾼이 자고 있을 터. 괜히 수선피우고 싶지 않았다. 신발을 찾아신고 문을 밀치고 골목으로 나왔다. 아! 속았다. 잠을 깨운 빛은 달이 아니라 가로등이었다. 집들이 낮아서일까, 전력이 강해서일까. 그처럼 강한 가로등빛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골목을 밝히는 것은 가로등만은 아니었다. 하늘 위 구름사이로 드러난 달도 거의 만월이었다. 구름이 빠르게 흘러 달을 가리긴 했지만, 이내 곧 다시 빛을 드러냈다. 두 빛을 머금은 골목은 한가로이 침묵중이었다. 많은 이들은 올레의 매.. 더보기
물드는 봄 삼월 섬진에 매화 보러 온 나그네, 그 향에 취해 며칠 머물더니 뒤따라 핀 산수유에 눈길을 잡혔네 이윽고 핀 개나리에 반가워하다 아뿔사, 발길 한 걸음 떼지 못하고 사월 섬진까지 흘러가 벚꽃에 인사하네 "봄은 들녘으로 오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물드는 거로군" (20100331) * 섬진강변 강둑으로 핀 개나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