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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바닷가의 한치, 지루함을 쫓다 - 올레조각5 종달초등학교를 지나 종달리 마을을 빠져나오니 갈대밭이 이어진다. 이내 길은 바닷가로 발걸음을 안내한다. 종달시흥해안도로다. 해안도로는 성산리까지 활처럼 휘어 바다를 안쪽에 품었다. 바닷가로부터 담을 높이 쌓아 낸 도로는 바다와 접근을 막았다. 그 도로가 올레길이다. 해안도로는 지루하다. 바닷물은 맑지 않다. 달리 감동받을 무엇도 부족해 보였다. 그 지루함을 잠시 잊게 해준 곳은 한치를 팔던 노점이다. 노점엔 올레길 안내도 겸하고 있지만 이 정도 길에서 안내받을 올레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바닷가 쪽으로 걸어놓고 말리는 한치가 평이한 풍경에 잠시 변화를 준다. 한치 한 마리쯤을 구입한다면, 도로를 걷는 지루함을 달래는 데는 제격이다. 이쯤까지 걸으면 제주올레길에서 맛볼 길의 모양은 모두 맛본 셈이 된다. .. 더보기
알오름의 말들에 대한 예의 - 올레조각4 말미오름을 내려왔다.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걸었다. 얼마쯤 가자 이정표는 민둥산같은 풀섶으로 향했다. 언덕배기 풀밭을 따라 올랐다. 알오름이다. 숨을 턱까지 채우지 않더라도 오를 수 있는 높이지만, 그곳 또한 올레꾼이 주인은 아니다. 알오름의 정상 한 켠은 말들이 차지했다. 예닐곱 마리의 말들이 저희들끼리 한가롭다. 아마도 올레길이 열리기 전까지는 온톤 저희들의 세상이었을 듯싶다. 말들이 서성이는 꼭대기엔 풀들이 밟혀 맨땅이 드러났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발정한 수놈은 아랑곳없이 제 짝을 찾기에 바쁘다. 성산포 앞바다와 성산일출봉을 보며 키운 배포가 보통이 아닌 듯 싶다. 이쯤 되면 사람이 말을 괴롭히지 말고 피해가야 한다. 오히려 그 옆으로 지나는 사람을 용서해주는 말들에게 감사.. 더보기
조각보 들판 -올레조각3 말미오름 바로 아래엔 방금 지나온 길들과 어젯밤 묵었던 동네까지 펼쳐졌다. 그 동네와 말미오름 사이에 놓인 밭들은 형세가 자유롭다. 지형의 편의대로 구획지은 돌담과 그 사이에 들어앉은 두둑과 고랑이 만든 이랑밭들이 서로 조화롭다. 들판을 걸을 때 현미경으로 보았다면, 말미오름에서는 망원경에 눈을 댄 격이다. 밭들이 띠는 색 또한 제 처지에 따라 제각각이다. 땅만 잔뜩 헤집어 놓아 검은 밭, 당근 싹이 가득 초록 밭…. 올레꾼들은 이를 두고 조각보에 비유한다. 이 조각보에 다른 계절이 얹혀지면 9월의 색이 아닌 다른 빛깔이 들판을 채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올레 들판은 여전히 제주의 땅이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어쩌면 올레꾼들은 그것을 찾으러 온 지도 모르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