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썸네일형 리스트형 술과 스포츠의 하루 몇 달 전부터 식구들끼리 모꼬지 가자고 얘기를 했는데 이제야 겨우 이뤄졌다. 나흘 전, 선배와 뚝딱거리며 장소를 정했다. 전화로 산장 방을 예약했다. 사흘 전, 선배는 일정이며 준비물 등 계획을 세웠다. 이틀 전, 몇몇에게 전화를 걸어 준비물 등을 확인했다. 하루 전, 나를 포함해 셋이서 신촌 현대백화점에 들러 장을 봤다. 20만 2천원 어치. 갈비도 사고, 수박, 쌀, 소주, 맥주 등등. 당일. 자가용 세 대로 나눠 13명이 모꼬지를 떠났다. 생활 9개월 만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긴 지난번 래프팅 이후 두 번째다. 목적지인 운악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4시 30분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예약했던 산장이 말만 산장이지 여관이나 다를 게 없었다. 먼저 왔던 일행이 이를 보고 새로운 장소를 물.. 더보기 굳은살 밤 두 시 시 한 줄 끄집어내지 못하고 애꿎게 발꿈치 굳은살만 뜯어낸다. 언제쯤 시 한 줄 불러내 떠난 사랑 다독여줄지 알지도 못하면서 언제쯤 제대로 슬퍼할 줄도 모르는 머릿속에 박힌 굳은살을 뜯어낼지 기약도 못하면서 애꿎게 발꿈치 굳은살만 뜯어낸다. 발꿈치 굳은살에 걸려 떠나는 사람 잡지 못했다는 듯이 굳은살 떼어내면 새 살 돋듯 새 님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밤 두 시가 넘어서도 애꿎게 발꿈치 굳은살만 ㄸㅡㄷ 고 있다. (1999.7.) 더보기 30과 12분의 6 빨간 앵두 한 그릇 횡성읍에서 취재를 마치고 나오며 시장을 지나쳤다. 여든 살은 돼 보이는 할머니가 빨간 앵두가 담긴 바가지보다 조금 큰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구, 원주로 들어가야지.” 그러자 옆에 난전을 벌인 아줌마들이 한 소리 한다. “그게 얼마나 된다고 거기까지 가세요” 그럼에도 할머니는 아랑곳없이 휜 허리에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시장을 빠져나갔다. 짐작컨대, 장사가 안 되니 원주로 가겠다는 거였다. 횡성읍에서 원주까지는 20분 정도면 간다. 차비는 왕복 2천원. 얼핏 들여다본 할머니의 그릇 안의 앵두로는 도저히 본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열심히 운동을 취재하고 다니는데, 그 할머니의 장사란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 이놈의 운동이란 게 현실에서는 왜 이리 맥없어 지는 ..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