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밤을 꼬박 지샌 소개팅 오후에 학교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는데, 대략 이번 주 일요일쯤으로 날짜를 잡자고 했다. 그래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그런데 일요일날 약속이 있다며, 어렵다고 했다. 끌끌. 중매인이 빠지려 들다니. 잠시 고민하다가 소개팅 해주기로 한 그 후배를 오늘 만난단 얘기를 듣고 함께 만나기로 했다. 저녁에 김경환 선배 형수와 약속이 돼 있어서, 장소를 건국대 근처로 잡았다. 5시 30분 정도에 만나 이른바 소개팅을 했다. 그러나 이걸 소개팅이라고 말하긴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말하자면, 후배를 만나러 갔다가 함께 온 다른 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내가 주로 수다를 떨었다. 상대방은 내 후배와 예.. 더보기 가을이별 Ⅰ 가을은 이별이 익어 가는 계절입니다. 봄 내 여름 내 푸릇한 향내로 사랑이 자라도 가을엔 낙엽보다 먼저 이별이 익어갑니다. 여름 끝에서 여린 살결로 돋아났던 이별은 사람들과 밤새워 술을 마실 때도 버스 창가 너머로 무심히 거리를 바라볼 때도 홀로 컴컴한 거리를 걸을 때도 조금조금 익어갑니다 여린 이별을 단단한 껍질로 감쌉니다. 채 흘리지 못한 눈물로 한 겹 미처 풀지 못했던 마음으로 한 겹 돌이키면 아리게 남는 기억으로 또 한 겹… 가을보다 먼저 이별이 익어갑니다. Ⅱ 이별을 떨구려 애써 몸을 흔들지 마십시오. 도리어 잎들만 서둘러 질뿐, 이별은 더 몸에 붙습니다. 잘 익지 않으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게 이별입니다. 당신이 봄내 여름 내 사랑을 가꾼 정성은 어쩌면 이별을 단단히 여물게 하는 힘이었을지.. 더보기 “가을 낙엽보다 사랑이 먼저 지더군요” 당신은 공포영화를 좋아했습니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땐 여느 여자들처럼 눈을 감기 바빴지만, 그럼에도 영화나 비디오를 볼라치면 공포영화를 다시 찾았죠. 도 그렇게 보게 됐었지요. 심야상영하는 1부를 보았을 때 나는 졸았습니다. 밤을 지새는 영화를 보기엔 너무 피곤했고, 영화 또한 지루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덕분에 2부를 보았을 땐 시종 당신의 ‘감시’를 받아야 했습니다. 1부를 볼 때처럼 졸지 말 것을 단단히 다짐받은 당신이었지만, 나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진 않았죠. 그 경계는 여느 연인들 사이에 주고받는 사랑의 언어였습니다. “또 졸려고?” 관심이란 걸 받는 일에 서툴렀던 내겐, 다행히 그런 일이 행복한 일들이었습니다. 9월. 이제 그 경계와 감시는 해제되었습니다. 당연히 그 언어도 이제는 듣지 못..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