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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그럼에도… 희망들 지난 100일 동안 국가인권위와 그렇게 살았다. 언론홍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항상 답변은 두루뭉실했다. 그렇게 답변했을 때 기사 쓰는 입장에서는 난처할 게 분명했다. 질문이 서너 마디 이어지면, 팀장에게 전화를 돌려주곤 했다. 조직에서 나란 존재는 드러내서도 안 되었다. 자칫 어설픈 행동은 곧 나의 대한 비난을 넘어 조직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무엇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술 한잔 마시자는 기자들의 제안에도 다음에 하자고 미루고, 내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도 그에 대해서도 단 한 마디 올리지 못하고 산다.(익명으로 올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내가 내게 허락하지 않는 방식이다.) 내가 준비단원이든, 지원봉사자이든 공직에 있는 사람의 말과 .. 더보기
33과 12분의 2 33년만의 발견 플라타너스. 이 나무의 이름을 들은 것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시를 통해서 였다. 그 나무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끔은 플라타너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그 플라타너스를 보았다. 그리고 허망해졌다. 10대 초반을 보냈던 동네 마을회관 앞에 방울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아이들과 놀 때 그 방울나무는 여러모로 요긴했다. 술래잡기 할 때는 술래는 두 손을 감고는 그 나무에 기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쳤다. 때론 남자아이들에겐 담력을 테스트 하는 방편으로 그 방울나무 오르기가 종종 이용됐다. 여름엔 방울나무를 따, 구슬 대용으로 갖고 놀았다. 이처럼 친근했던 방울나무는 혜화동 집에 들어가던 2차선 길가의 가로수다. 그.. 더보기
시든 화초 이태 동안 곁에서 파릇한 제 생명을 키우며 삶에 적잖은 이슬이 돼 주었던 화초 한 그루, 며칠 전부터 잎사귀들이 말라갑니다.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이내 속절없이 마른 잎사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태 동안 옆에 있던 화초 한 그루의 시름도 알 길이 없는데 서른 해 넘게 다른 삶을 엮어온 당신을 내 어찌 온전히 알겠습니까.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그래도 떠나면 그땐 속절없이 보낼 수밖에요. (2002.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