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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사라진 시간, 내 몸의 두 번째 반란 1 손끝은 계속 허방을 짚는 듯했다.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맥 풀린 팔뚝은 퍽퍽 꺾였다. 몸도 따라 바닥에 떨어졌다. 밤새 불편한 자세로 자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침대에 손을 짚었을 때, 저려있던 팔뚝이 맥없이 접혀버린 듯한 그 몇 번의 손동작…. 아마 누군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바닥에서 일어서려는 아이가 몸을 들었다가 제 몸 기운을 못 이겨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연상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희미했다. 다만, 내 팔이 의식보다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잠시 후, 물리적 시간으로 계산하자면 아마 2~3초도 되지 않았을, 그러나 정신적 시간으로는 참으로 지루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잠시 후, 의식이 제 자리를 찾는 듯 했다. 그때서야 땅바닥에서 일어나려고 ‘손버둥 치고’ 있.. 더보기
춤, 추다 ‘춤은 내몸뚱아리 하나로 표현하는 언어이다. 춤은 몸을 자유롭게, 영혼을 맑게, 정신을 건강하게 한다. 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자유롭고자 추는 것이다. 그런 춤…. 우리는 그런 춤을 춘다.‘ 5월 24일 국가인권위 춤 동호회를 등록하면서 내건 머릿글이다. 춤. 아마도 서른이 넘어서 였다. 춤에 관심 갖기 시작한 때는. 그 관심의 시작은 기웃거림 정도였다. 기웃거림에서 서성서림으로, 서성거림에서 엉거주춤으로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 가면서 언젠가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전 쯤에는 춤을 가르쳐주는 카페까지 현장답사를 가는 적극성도 보였지만, 구경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올 초 나를 위한 투자를 최소한 두 가지는 하자고 다짐했다. 그 중 한 가지가 사진이었고 다른 한 가지가 춤이.. 더보기
부모님과의 거리 “정환아! 너 발표 났담시야? 어떻게 되었냐?” “잘 됐어요.” “그럼 취직이 되았냐?” 전화기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엔 한 마디 한 마디가 얼음위를 걷는 듯한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뚝뚝함을 다독거리지 못한 채 말을 뚝뚝 부러뜨렸다. “예…”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밝은 기운이 솟아났다. “애썼다. 고생했다. 고생했다. 내가 왜 이리 눈물이 나올라고 한다냐!” 3월 말, 국가인권위 합격 결과를 알고도 그 소식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은 내 마음의 부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부유를 정리하고 난 4월 초에도 얘기할 수 없었다. 4월 1일부터 일은 밀려들었고, 좀처럼 상계동에 있는 어머니집에 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화보다는 만나서 말하는 게 좋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