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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33과 12분의 3 일요일 저녁엔 한 주의 식사를 준비한다. 쌓여 있는 빈 그릇들을 먼저 설거지하고는 오늘은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냉장고를 열었다. 국이나 찌개가 필요했다. 집밥을 먹는 경우는 아침뿐인데, 국물이 없으면 아침을 거르게 된다. 지난 주 토요일엔 큰 맘 먹고 신촌 교회 근처에 있는 하나로마트로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갔다. 도마도 사고, 현미도 팔아오고 해서 장을 4만원어치 보았다. 혼자 사는 놈이 4만원어치를 구입한 것은 대단히 큰 과소비였다. 그때 나오는 길에 봄동을 680원 어치 구입했다 그게 지난주 아침을 든든하게 채워 주었다. 된장을 풀고 봄동을 깨끗이 씻어 끓이면 그만이다. 간도 정성들여 맞출 것도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 지난주에 사 온 감자가 있다. 자연스레 저녁식단은 감자국을 중심으.. 더보기
삶의 모라토리움 “내 몸과 마음이 내게 낯선 시간들…” “잘못은 있었는데, 죄책감은 들지 않고 앞으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자신감도 없는 상태…” 4월 한달 출퇴근길에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인 말들이다. 아침 7시 시청 옆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신문 스크랩이다. 아홉 개의 일간지를 뒤적이며 국가인권위 관련 기사나 인권과 관련한 뉴스들을 찾아 표시한다. 4월부터 출근한 기능직 여성 직원도 함께 신문을 뒤적인다. 어느 정도 포스트잇이 붙은 신문이 쌓이면 여성 직원은 표시한 기사들을 복사한다. 이내 가위로 오리고 다시 재편집해 A4용지나 A3용지에 복사한다. 신문에서 기사를 찾은 나는 복사해 둔 기사의 제목을 한글로 기록한다. 그리고는 신문 스크랩 표지를 만든다. 신문기사를 복사해 18부를 만들고 .. 더보기
디데이 10일간의 갈등과 다짐 D-day 10, 3월 22일(금) 면접시험 날 아침, 평상시보다 좀 더 옷차림을 신경 써서 출근했다. 그 동안 입고 다니던 찢어진 청바지, 검은색 가죽잠바 대신 와이셔츠에 정장바지를 입고 재킷을 걸쳤다. 나름 신경을 썼다지만, 도대체 바지와 와이셔츠, 재킷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가늠할 능력이 없다. 아침 일찍 수염도 다듬어 깎았다. 그럼에도 넥타이는 챙기지 않았다. 옷들과의 조화를 맞출 자신이 없었고, 여전히 넥타이는 좀 더 자유롭고 싶은 내게 있어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정말 불가피할 때가 아니면 매지 않을 생각이다. 그 옷차림으로 출근해 아침에 팀장 대신 팀장회의에 들어갔다. 다들 내 변신에 한 마디씩 한다. 어느 공무원은 “남산 위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없어졌네요. 아! 노 기자님은 지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