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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비 온 하루, 어떤 ‘개인’을 생각하며 좌표도 없는 허공에서 만나 한 방울 비로 내리는 사랑아 너는 알았을 게다 흩어져 있다고 꿈들이 잦아든 건 아니지 떠돌고 있다고 인연마저 피할 순 없는 게지 아침부터 이슬비보다 가는 보슬비가 내렸습니다. 그토록 제 몸을 잘게 부술 수도 있는가 싶을 정도로 잔비가 허공을 떠돌았습니다. 게 중에 서로 인연으로 만난 이들은 그 무게만큼 속도를 내 떨어집니다. 가벼운 비들은 머리카락에도 앉고 팔뚝 옷소매에도 앉습니다. 가로수들은 데이트 나가는 청춘들처럼 제 빛깔 돋을 만큼 물기를 머금었습니다. 어느 허공을 떠돌다 이렇게 내리는 것인지, 매년 이맘 때 쯤 그 장마 주기를 잊지 않고 제 주변에서 서성이는 비에게 새삼 놀랍니다. 때론 이처럼 깃털같이 몸을 가볍게 만들 재주도 부릴 줄 아는 이들이 마음에 잔잔한 유쾌함을.. 더보기
드는 창문 나는 창문 방안이 답답해 창문을 열었다. 여전히 답답해 반대편 창문도 열었다. 그제야 방안에 바람이 산다. 방안에 바람이 살아나니 화분안의 식물이 춤을 추고 내 몸이 답답해 솟아난 땀들 사이로 내 살갗이 살아난다. 드 나 듦에는 이처럼 통할 곳들이 있어야 하거늘. 오늘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해 겪은 갈등은 내 마음에 드는 창문만 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창문을 떼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200107) 더보기
내 안에, 나로 서 있는 당신 “고마워. 안 가고 있어줘서 고마워. 오면서 생각했어. 가지만 말아라. 그 자리에 있어라. 제발. 그럼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 “왜 따라 해?” “뭐!” “나도 여기 서서 생각했어. 서인우 다시 와라.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앞으로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한다.” 혹 그렇게 해서 떠나보낸 사랑이 있습니까. 작은 말다툼 하나로 서로 안에 벽을 세우고, 그 사람 앞에서만 강해졌던 자존심으로 서로의 발길 아래 강을 내던 사랑이 있습니까? 그 벽에 스스로 돌을 얹어 벽을 높이고 그 강에 스스로 물을 부어 강심을 키워, 그 사람과 내 앞에 영원히 건너지 못할 절벽을 깎아 만들던 그런 사랑이 있습니까. 영화 . 겨울비를 맞으며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는 잠시 벽을 세우고 강을 냈습니다. 서로 얘기하진 않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