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껴간 이연 1. 한 사람이 천일이 넘는 동안 키워온 믿음 없는 사랑을 놓아버렸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주변에서 서성거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헤아릴 수도 없이 한 끝이다. 혹시나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미련에 끌려 그토록 질기게 두었던 마음을 거둬 버렸다. 그 무렵, 또 다른 사람은 3년여 간 망설여온 사랑 없는 믿음에서 비로소 사랑을 싹틔웠다. 돌이키고 돌이켜, 주춤거리고 방황하던 마음이 비로소 집을 찾았다. 한 사람이 간절한 것을 찾아 나선 무렵에, 또 다른 사람은 간절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엇갈렸다. 또 한 사람이 사랑을 깨달은 날은, 한 사람이 사랑을 놓아버린 날로부터 스무날 정도가 흐른 후였다. 그러나 그 스무날은, 무척 긴 시간이었다. “대관령 고개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얼었다가 햇살.. 더보기 소란이 아닌 소통 한의사 이유명호님을 인터뷰 한 일이 있다. 세 살 손자가 할머니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하는 호주제의 폐지운동을 벌이는 이유님. 그에게 ‘내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이유님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꼽았다. 이유님이 중고생 시절, 그의 아버지는 이유님과 함께 이름부터 야한 ‘내시’ 영화를 보러 갔다. 미성년자인 이유님이 입장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부모랑 함께 보러 왔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극장주인과 맞섰다. 그날 이들 부녀는 되돌아왔지만, 그 목적은 훗날 단속이 덜한 동네극장에서 이뤄졌다. 이유님의 아버지는 우리 일상에 스며든 획일적인 권위와 질서에 딴지를 건 어른이었다. 학교에 가야 할 평일에 딸의 손을 붙잡고 광릉으로 놀러 간 일, 교장선생이 훌륭하다는 이유만.. 더보기 몸에게 묻다 줌마네 취재기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며 고민했다. 학교에 들러 학과 선후배 체육대회에 참여할 것인가, 아님 그냥 집으로 가서 쉴 것인가. 어제 가평으로 출발할 때 축구화와 운동복을 챙겼지만, 1박2일간의 취재기행을 끝낸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고심하다가 기차가 성북역에 도착하자 내렸다. 체육대회에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이는 게 준비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마음 보탬이 될 듯 했다. 체육대회가 시작되는 오후 2시까지는 두어 시간 쯤 남았다. 무엇보다도 잠을 좀 자야겠다 생각했다. 취재기행 전날까지 며칠 동안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잘 곳은 마땅치 않았다. 학생회실은 청소 중이었고, 그나마 있는 쇼파도 낡았다. 잠시 서성이다가 청소를 마친 후배들과 ..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