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른의 생태계

"연애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연애를 하면 수많은 기억들이 쌓인다. 때론 그 기억에 갇히기도 하고, 그 기억으로 인해 괴롭기도 하다. 내 연애의 기억을 풀어 헤친다. 이 과정이 나를 더욱 옭아맬 동아줄을 만들지, 자유롭게 날수 있는 날개를 덧붙여 줄지 지금으로선 알지 못한다. 다만,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몰랐을 지라도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그로 인한 모든 아픔과 성장도 그 모든 것까지가 연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는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큰 힘이다. 비록 수많은 방황의 뒷길에서 몸과 마음이 충분히 괴로운 다음에야 미욱하게 깨닫곤 하지만…. #1 - 첫 만남 한 시간 여 동안 얘기를 나누고 나오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깨끗한 사람을 만나고 나온 느낌. 작은 것들을 찾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더보기
어머니가 준 생일 밥 값 "정환아! 며칠 있으면 네 생일이지? 내가 돈 줄 테니까 너 맛있는 것 사 먹어라이.” 8월말 어머니에게 갔을 때, 어머니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셨다. 생일날 아침에 미역국이라고 끓여 먹이고 싶었겠지만, 생일이 평일이고 내가 바쁜 줄 아니 얼마라도 돈을 주시는 거였다. 시골에 살아본 노인네들이 힘들어도 일하기를 바라듯, 어머니 역시 놀기보다는 뭐라도 해야 한다며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신다. 육신이 편하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임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돈 욕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온 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한 번도 일터를 떠나 본 적은 없다. 식당일에서부터 목욕땅 청소까지, 당신의 자존심 때문에 굳이 일을 가리진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술꾼’인 아버지와 살면서 가진 유일한 희망은 .. 더보기
가을의 빛깔 입추. 정확히 그날이었다. 게릴라성 호우가 급습하고 난 다음날 아침이었다. 플라타너스 잎 사이로 고개 내민 바람들이 살결에 부딪히는 순간 익숙한 무엇을 만났다. 가을이다. 선선한 기운마저 도는 바람은 급속도로 마음속까지 쓸고 갔다. 다음날 아침엔 모처럼 학교 지기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벌써 가을 냄새 맡았수? 아침에 자전거 타고 달리는데 가을 내음 나더군요. 그런 생각하면서 철마다 철 타던 형 생각 잠시 났고 책 받고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보낸 것도 생각났고 그랬어요.” 녀석도 계절을 맡은 모양이었다. 그 후로 서울엔 여름 우기(雨期)를 맞은 듯 며칠인지도 헤아릴 수 없는 날들 동안 비가 내렸다. 담쟁이 넝쿨들을 더욱 윤기 있게 만드는 게 빗방울이듯이, 여름 끝에 걸린 채로 내린 비는 마음 속 가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