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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삶이 씁쓸했던 날에 만난 벗들 서른 셋의 가운데 날들에서 서성거렸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내 몸의 두 번째 반란을 겪고는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덜렁거리던 앞니를 간신히 고정시켜 둔 날, 그래도 기를 보강하려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는 마음에 밥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어금니로만 식사를 해결하자니,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아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이내 삶이 씁쓸해졌습니다. 결국 이런 것까지가 삶이라는 테두리에 드는 것일텐데…. 좀더 복잡한 감정이 고일 법도 한데 느낌은 담백했습니다. 유신론(有神論)자이되 무신론(無信論)자로서 그동안 내 의지를 강하게 믿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타고 가던 버스가 뒤집히더라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은 이번 반란으로 순.. 더보기
한 그루 나무에 매달린 잎새처럼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수백 수천 개의 잎들을 바라봅니다. 바람은 한 곳에서 불어도 잎새들은 모두 제각각으로 움직입니다. 몸을 뒤로 젖히는가하면, 조잘거리듯 팔랑거리는 잎도 있습니다. 수백 수천의 잎들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바람을 맞이하지만, 그것은 나무 한 그루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한 그루 나무와 같기를 바랍니다. 2백여 명의 직원들이 4천 7백만 국민의 인권 향상과 60억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각 개인이 가진 고유한 빛깔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바람을 디딤돌 삼아 노을이 안에 ‘개인인권위원회’를 만듭니다. 잎새는 가뭄엔 몸을 움츠려 수분의 발산을 막기도 하고, 때론 몸을 활짝 펴고, 햇살을 몸 가득 담습니다. 그 모든 행위가 잎새를 위한 것이지만, 또한 나무가 성장하.. 더보기
사라진 시간, 내 몸의 두 번째 반란 1 손끝은 계속 허방을 짚는 듯했다.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맥 풀린 팔뚝은 퍽퍽 꺾였다. 몸도 따라 바닥에 떨어졌다. 밤새 불편한 자세로 자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침대에 손을 짚었을 때, 저려있던 팔뚝이 맥없이 접혀버린 듯한 그 몇 번의 손동작…. 아마 누군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바닥에서 일어서려는 아이가 몸을 들었다가 제 몸 기운을 못 이겨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연상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희미했다. 다만, 내 팔이 의식보다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잠시 후, 물리적 시간으로 계산하자면 아마 2~3초도 되지 않았을, 그러나 정신적 시간으로는 참으로 지루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잠시 후, 의식이 제 자리를 찾는 듯 했다. 그때서야 땅바닥에서 일어나려고 ‘손버둥 치고’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