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 썸네일형 리스트형 삶의 모라토리움 “내 몸과 마음이 내게 낯선 시간들…” “잘못은 있었는데, 죄책감은 들지 않고 앞으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자신감도 없는 상태…” 4월 한달 출퇴근길에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인 말들이다. 아침 7시 시청 옆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신문 스크랩이다. 아홉 개의 일간지를 뒤적이며 국가인권위 관련 기사나 인권과 관련한 뉴스들을 찾아 표시한다. 4월부터 출근한 기능직 여성 직원도 함께 신문을 뒤적인다. 어느 정도 포스트잇이 붙은 신문이 쌓이면 여성 직원은 표시한 기사들을 복사한다. 이내 가위로 오리고 다시 재편집해 A4용지나 A3용지에 복사한다. 신문에서 기사를 찾은 나는 복사해 둔 기사의 제목을 한글로 기록한다. 그리고는 신문 스크랩 표지를 만든다. 신문기사를 복사해 18부를 만들고 .. 더보기 디데이 10일간의 갈등과 다짐 D-day 10, 3월 22일(금) 면접시험 날 아침, 평상시보다 좀 더 옷차림을 신경 써서 출근했다. 그 동안 입고 다니던 찢어진 청바지, 검은색 가죽잠바 대신 와이셔츠에 정장바지를 입고 재킷을 걸쳤다. 나름 신경을 썼다지만, 도대체 바지와 와이셔츠, 재킷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가늠할 능력이 없다. 아침 일찍 수염도 다듬어 깎았다. 그럼에도 넥타이는 챙기지 않았다. 옷들과의 조화를 맞출 자신이 없었고, 여전히 넥타이는 좀 더 자유롭고 싶은 내게 있어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정말 불가피할 때가 아니면 매지 않을 생각이다. 그 옷차림으로 출근해 아침에 팀장 대신 팀장회의에 들어갔다. 다들 내 변신에 한 마디씩 한다. 어느 공무원은 “남산 위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없어졌네요. 아! 노 기자님은 지키.. 더보기 포인세티아, 그리고 14년만의 대답 선배의 책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에서 출판사 사람들과 뒤풀이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편집장은 상업적인 면에서도 선배의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감성적 성찰로 사물과 일상을 돌아보는 이 옥중산문집을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는 내 추측과는 달랐다. 나는 지금 단 하나의 이유로 그 편집장의 말을 믿기로 한다. 그 편집장이 겪은 ‘사소한’ 일화 한 토막 때문에. 어느 날 편집장은 술을 마시던 일행들이 단란주점에 가려했을 때, “우리가 비록 몸은 이렇게 (‘현장’에서 동떨어져) 살지만 마음만은 부끄럽게 살지 말자”며 저 80년대의 신념 한 자락이 담긴 마음을 내비쳤다고 한다. 선한 이가 반드시 승리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그 편집장의 말을 믿기로 했다. 절망보다 큰 희망을..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