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생태계 썸네일형 리스트형 33과 12분의 2 33년만의 발견 플라타너스. 이 나무의 이름을 들은 것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시를 통해서 였다. 그 나무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끔은 플라타너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그 플라타너스를 보았다. 그리고 허망해졌다. 10대 초반을 보냈던 동네 마을회관 앞에 방울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아이들과 놀 때 그 방울나무는 여러모로 요긴했다. 술래잡기 할 때는 술래는 두 손을 감고는 그 나무에 기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쳤다. 때론 남자아이들에겐 담력을 테스트 하는 방편으로 그 방울나무 오르기가 종종 이용됐다. 여름엔 방울나무를 따, 구슬 대용으로 갖고 놀았다. 이처럼 친근했던 방울나무는 혜화동 집에 들어가던 2차선 길가의 가로수다. 그.. 더보기 시든 화초 이태 동안 곁에서 파릇한 제 생명을 키우며 삶에 적잖은 이슬이 돼 주었던 화초 한 그루, 며칠 전부터 잎사귀들이 말라갑니다.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이내 속절없이 마른 잎사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태 동안 옆에 있던 화초 한 그루의 시름도 알 길이 없는데 서른 해 넘게 다른 삶을 엮어온 당신을 내 어찌 온전히 알겠습니까.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그래도 떠나면 그땐 속절없이 보낼 수밖에요. (2002.2.) 더보기 아파트 재계약의 조건 84년 남원에서 서울이란 낯선 도시로 우리 가족이 이사 왔을 때, 첫 터전이 상계동이었다. 당시 지금의 상계역 근처엔 기와집들이 즐비했다. 우리 식구가 살 집은 방 두 칸짜리 전셋집으로 250만원이었다. 그 후 지하철 4호선이 들어선 상계동은 ‘상계동올림픽'이라는 철거민의 역사를 뒤로 한 채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터전에 살던 원주민들은 철거에 밀려 쫓겨났지만, 우리 식구는 아파트들이 형세를 넓힐 때마다 밀리고 밀리면서도 단독주택을 찾아 이사했다. 매년 전세값은 올랐지만, 용케도 부모님은 빚지는 일없이 개발의 파편들을 묵묵히 피해갔다. 그런 우리 식구들에게도 그 개발의 혜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마침내 아파트 건설 바람은 우리가 살던 전세집에도 불어왔다. 곧장 쫓겨날 처지였지만 그래도 얻.. 더보기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