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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티비에서 봤어요” 그 후… 2월 26일 오전 10시 30분, SBS ‘뉴스추적’팀에서 취재를 오기로 했다. 전날 오전에 연락을 받았다. 기자는 임금체불 건으로 진정을 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했다. 질문 요지를 팩스로 받아, 팀장과 취재 협조 범위를 의논했다. 질문은 내가 충분히 정리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진정상담 접수팀장이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접수팀장은 홍보팀에서 진행하라고 해 결국 내가 응하기로 했다. 이로써 인권위라는 이름으로 티비에 나오는 일이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첫 번째 출연은 1월 말 정도에 방송된, MBC 였다. 당시 인터뷰 내용은 ‘천호동 성매매 여성’건이었다. 이날 출연은 조용히 묻혔다. 두 번째 인터뷰는 2월 3일 KBS 으로 첫 번째와 같은 내용이었.. 더보기
봄 마중 아침. 몸이 가뿐하다. 현관문을 열고 바깥 기운을 느끼는 순간 꽃망울 터지듯 가슴이 확 열린다. 2월 4일, 입춘이다. 아! 용케도 입춘이란 절기를 내 몸이 알아차렸다. 그 기분에 들떠 며칠을 보냈다. 다시 2월 중순 어느 날, 또다시 가슴꽃밭에 자라던 꽃들이 만개했다. 다짐했다. 봄 마중 떠나자고. 봄 마중 나갈 채비로 생활을 조금 바꾸었다. 그 시작은 아침밥 먹고 출근하기다. 지금까지 2주일은 잘 지켰다. 막상 해보면 이런 일은 별거 아니다. 밥은 저녁에 자기 전에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앉혀두고는 다음날 일어나 코드만 꽂으면 된다. 혼자 밥 먹는 경우 반찬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다행히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국거리 하나면 된다. 지난 주엔 참치김치찌개로, 이번엔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바꾸었다. 계.. 더보기
그럼에도… 희망들 지난 100일 동안 국가인권위와 그렇게 살았다. 언론홍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항상 답변은 두루뭉실했다. 그렇게 답변했을 때 기사 쓰는 입장에서는 난처할 게 분명했다. 질문이 서너 마디 이어지면, 팀장에게 전화를 돌려주곤 했다. 조직에서 나란 존재는 드러내서도 안 되었다. 자칫 어설픈 행동은 곧 나의 대한 비난을 넘어 조직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무엇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술 한잔 마시자는 기자들의 제안에도 다음에 하자고 미루고, 내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도 그에 대해서도 단 한 마디 올리지 못하고 산다.(익명으로 올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내가 내게 허락하지 않는 방식이다.) 내가 준비단원이든, 지원봉사자이든 공직에 있는 사람의 말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