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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공존의 즐거움 98년 가을 어느날 대학로에 있는 동성고등학교에서는 평화 만들기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몇몇 팀이 교대로 공연하는 이날, 윤도현밴드가 무대에 오를 차례였습니다. 그 즈음 무대 앞쪽에는 영상이 비쳤습니다. 세계 최장기 양심수였던 김선명 할아버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45년간을 양심수란 이름으로 감옥에서 지내고는 96년 8월 사면된 김선명 할아버지. 병상에 누운 아흔살의 노모가 일흔 살의 아들을 알아보고는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공연장에는 윤도현밴드가 연주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 반주가 흘렀습니다. 그쯤에서 윤도현의 노래가 흘러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노래는 나오지 않고 반주만 홀로 흘렀습니다. 영상을 보고 있던 윤도현은 울고 있었습니다. 라디오에선 ‘두시의 데이트’로, 텔레비전에선 ‘윤도현의 러브레터’.. 더보기
강요된 ‘은닉’ 한 남자의 추모행사장에는 고인의 영정이 없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죽은 뒤엔 당당히 동성애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던 유언… 그러나 자살을 선택하게 한 현실은 그의 죽음보다도 더욱 견고했습니다. 이 강요된 ‘은닉’속에서 단상에 놓인 피지 않은 백합이 스무 해 짧은 생의 날들을 아쉬워했습니다. 다만, 현수막만이 희망을 덧붙였습니다. “동성애자 억압 없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2003년 4월 한 동성애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커밍아웃 후 힘들어 고등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던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남은 동성애자들이 "한 번쯤 자기 손목에 칼 안 대어본 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사회적 차별로부터, 그는 홀연히 이별하였습니다. 그 이별 앞에서 차별과 편견이 .. 더보기
가족, 그 다음 재산을 노린 아들의 칼에 찔린 어머니는 숨을 거두기 전, 살인의 증거물이 될 수 있는 아들의 손톱을 발견하고는 그 손톱을 삼켜버리고서야 숨을 놓습니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표현된 모성애의 한 장면입니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학대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노인들은 어들과 며느리, 딸들로부터 언어나 심리적인 학대를 받는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노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냉담하기도 하고 노인들의 의견에 불평하거나 화를 내는 등 정서적 학대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그런 자식들을 좀처럼 신고하지 않습니다.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싶기 때문입니다. 정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최후의 안전지대입니다. 노인들은 가족의 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