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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가부장 그 너머 서울 마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유명호님이 중고생 시절 때 일입니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는 이유님과 함께 미성년자관람불가인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극장주인은 막아섰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따지고 들었습니다. “부모랑 왔는데 무슨 상관입니까!” 이들 부녀는 훗날 단속이 덜한 동네극장에서 그 영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유님의 지갑 속엔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한 후 타다 남은 뼛조각 중 한 개가 고이 간직돼 있습니다. 그만큼 아버지는 삶의 든든한 친구이자 스승이었습니다. 평일날 등교 대신 광릉으로 놀러가고 교장 선생이 훌륭한 학교를 가기 위해 중학교를 하향지원 한 일, 모두 아버지가 부추긴 일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반말을 쓰라 한 이도 아버지였고 결혼할 때 ‘참고 살아라’는 말 대신 “남편이 한 대.. 더보기
따뜻한, 큰 세상 어느 날 외국인 노동자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돈은 어디서 났습니까?” “실은 손가락이 잘려서 보상받은 겁니다.” 노동자는 태연하게 말했으나, 함께 있던 이는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박천응 목사의 가슴에 새겨진 작은이야기입니다. 그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이 아닌 ‘주체’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그처럼 작은 사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97년 2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교회 문 앞에서 신문지를 덮은 채 자고 있었습니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상담을 하려고 노동자센터를 찾아 서울에서 안산까지 걸어온 나이지리아 노동자 였습니다. 박 목사는 그에게서 예수의 잔상을 보았습니다. ‘예수가 외국인 노동자로 다시 세상에 와 사회운동 한다는 나를 각성.. 더보기
평균 너머 평등 수용자들은 낮에는 농장에서 일합니다. 애인이나 가족과 함께 지낼 수도 있지만, 텔레비전 시청료와 전화비 등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월급은 대개 수용자의 통장에 입금돼, 석방 후 자립 밑천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덴마크에 있는 ‘렌베크’라는 감옥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농장이 딸린 작은 마을 같은 곳입니다. 그러니 감옥을 상징하는 높은 담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용자가 공부를 하겠다면 노동시간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자유를 가능한 억압함으로써 복종심을 키워 내는 우리 사회와 달리, 렌베크에서는 최소한의 자유만 제한할 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교정입니다. 각 사회마다 관습과 제도와 법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의식의 평균일 것입니다. 동시대에, 동종(同種)으로 살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