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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말미오름의 나무울타리-올레조각2 올레길은 밭을 좌우로 돌기를 거듭하더니 이내 오름 능선으로 붙었다. 능선을 따라 잠시 숲길을 걸었나 싶었으나 능선은 멀리 솟지 못했다. 능선을 올라 목장의 출입문을 밀고 오르자 첫 여정에서 첫 방점을 찍을 만한 곳, 말미오름에 도착했다. 말미오름의 절반은 목장이다. 그동안 걸어온 풍경이 보이는 오른쪽엔 가파른 절벽이라 나무울타리가 경계를 그었다. 말의 안전을 위해 세워졌겠으나, 올레길에 열린 후에는 오름과 사람의 공존을 위한 울타리 구실도 하게 됐다. 그러니 말과 사람의 공존 또한 이 울타리 안에서 가능하다. 하나의 소용은 다른 인연들을 만나 여러 관계로 변화하는 것. 그런 세상의 지혜도 결국 이 울타리안에서 싹 한 줄기로 내민다. 울타리를 따라 풀밭에 길흙이 났다. 그 길가엔 말똥이 널려 있다. 길 앞.. 더보기
그냥, 노․동․주다 2009인권영상공모제 대상 수상자 노동주 감독 그는 영화감독이다. , , 등이 그의 필모그래피다. 이 가운데 는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2009 인권영상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은 ‘2008 인권영상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영화감독의 꿈을 초등학생 때부터 가졌다. 아버지가 비디오데크를 사오셨는데 그때부터 장르구분 없이 비디오를 보았다. “그때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영화를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드니 돈을 많이 번 다음에 하라고 얘기하셨지요” 그는 2년여 전, 우연히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알게 돼 그곳에서 어릴 적 꿈을 되찾았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희귀병인 다발성경화증을 앓기 시작했다. 중추신경계가 손상돼 면역체계에 이상이 발생하는 병이다. 그 증상은 시력.. 더보기
웃음이 만든 존엄 웃는다. 저 딱딱한 돌덩이가 웃는다. 이생을 등진 어떤 이의 무덤과 벗하며 웃는다. 언제 죽음이 웃음이었던가! 언제 돌덩이가 웃을 줄 알았던가! 그럼에도 웃는다. 두 손 가음에 모으고 웃는다. 제 존재엔 과분했을 사람 벗을 감싸안고 웃는다. 그 웃음 때문에 한낱 비석 한 개가 오늘은 사람만큼의 존엄으로 서 있다. 운주사 와불에서 산등성을 따라 내려오면 무덤 한 개가 있다. 그 무덤가에 놓인 비석이다. 무표정하기도 하고, 입을 약간 벌린 채 꼬리를 슬며시 올린 모양새가 내겐 웃음으로 보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