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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빨래를 널며 1  지상에 닿지 않을 만큼 발꿈치를 들고 볕 아래 나, 둔다 목을 맨 저는 내 안, 어딘지도 모를 저 깊은 곳 한 눈물까지 내어놓지 않고서는 이대로 죽을 수도 없다 시체를 거둘 수도 없다 2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거든 내 목을 멜 때, 함부로 비틀지 마라 비트는 손목에 힘을 주지 마라 저 혼자 외롭지 않고서는 내 안 마지막 눈물은 끝내 지지 않는다 3. 사랑하거든… 사랑을 그리워 하지말고 내 안에서 자라는 슬픔을 돌봐라 봄날 하루, 그 좋은 햇살 아래 슬픔이 한 방물 눈물로 질 수 있게 깨․끗․이… (2000.4.) 더보기
“자유롭게 놓아주겠다” 사흘 전, 여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3월초에 만난 이후로 나는 그 동안 전화 연락을 하지 않았다. 화이트데이 때도. 무엇인가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취재를 하면서도 스스로를 한 방향의 결론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마음을 굳어 가는 과정에서, 전화를 한다고 해도 어차피 형식적인 내용만을 나눌 게 뻔 했다. 여친도 내가 전화를 안 한 이유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여친이 내게 전화를 했다는 것 또한 어떤 내용일 거라는 것쯤은 짐작하지 못할 일이 아니었다. 사흘 전에 결려온 전화는 간단히 끊었다. 마감이 언제 끝나느냐. 마감이 끝나면 만나자 정도였다. 또다시 전화가 온 것은 토요일 밤이었다. 예정대로라면, 18일인 토요일날 마감이 끝났어야 하는데, 일이 미뤄졌다. 그 전화도 짧게 끝났다. 일요일에 만나기로.. 더보기
권력과 불편해도 좋다 프레스센터에서 소식지를 내나보다. 그곳에 을 소개하는 글을 써 달라고 편집장에게 청탁이 온 모양이었다. 이틀 전에 편집장이 견본을 가져오더니, “이거 노정환씨가 쓰지?”한다. 그냥 쉽게 말했다. 쓰겠다고. 22일 마감이라고 했으니, 조금 여유가 있었다. 오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쉽게 쓰자. 글은 점심 무렵에 거의 완성되었다. 다 쓰고 나니, 원고지 7매 분량이었다. 한 30여 분 글을 줄여, 5.3매로 만들었다. 제목은 ‘외로움마저 감미로울 의 권리’로 잡았다. 국장이 한번 보더니 그냥 보내자고 했다. 사진기자 박여선은 필름정리에 한창이다. “백 개나 되는 필름을 언제 다 하냐”고 투덜거린다. 옆자리에 앉았던 막내기자 이경숙은 6월 15일 창간 예정인 디지털말팀에 합류했다. 미술팀장 이정은은 4월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