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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이별한 후에, 꽃을 본 후에 우주가 하늘에게 말하길 “내가 사랑하는 님이여,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 꽃들마다 제 언어가 있다 채 피지 못하고 먼저 지는 꽃망울마저도 2 눈물이 사랑인줄도 모르고 돌아서네 저 끝이 하늘인 줄도 모르고 뻗는 나뭇가지처럼 3 낮에 하늘을 보던 꽃이 밤이 되자 고개를 숙인다 하늘이 들려준 얘기를 화분에게 밤새 소곤거린다 4 나는 한 번이라도 고백해 본 적 있는가 당신이 나를 위하듯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는 당신 마음에 자라는 나에게 고개 숙여 본 적 있는가! 5 화분은 안다 그가 돌보아야 할 것은 향기빛 어린 꽃이 아니라 흙에 가려진 뿌리라는 것을 6 사람을 돌보지 않고 사랑만 쫓다보면 이별로 사랑을 확인한다 이미 사람은 저만치 떠난 후에 7 겨우내 가지를 지킨 잎들이 봄싹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우리.. 더보기
31과 12분의 3 기분좋은 선물 어떤 이에게 옷 선물을 받았다. 봄 남방과 안에 받쳐 입을 흰 티셔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저녁을 함께 한 후에 맥주를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다. (2000.3.18.) 서투른 옷 고르기 동대문 밀리오레에 들러 옷을 구입했다. 봄에 입을 만한 옷이 없기도 했거니와, 문득 화려해지고 싶은 욕구가 발생했다. 남성복을 파는 층을 한 바퀴 돌면서 웃옷을 골랐다. 애초엔 사파리를 사고 싶었다. 그냥 툭 걸치고 다닐 만한 옷으로. 그러나 사파리는 없었고, 대신 마이라고 해야 하나.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다른 웃옷을 골랐다. 모두 세 가게에서 그 옷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옷값이 제 각각이다. 4만8천원, 4만3천원, 4만원. 결국 3만8천원에 구입하고 청바지도.. 더보기
“봄살같은 사상을 찾을 겁니다” 섭지코지. 제주도 성산 일출봉이 바다 건너로 저만치 보이는 곳입니다. 3박4일간의 제주인권학술회의(2000)를 마치고 잠시 들린 그곳엔, 바람만 살고 있었습니다. 모래 알갱이까지 안고 바다로 거세게 몰려가는 바람 속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라산 백록담을 휘돌다 봉우리에 쌓인 하얀 눈을 머금었을까요. 그게 힘이 되었을까요. 한라산 푸른 등줄기를 타고 미친 듯 내딛던 걸음이 내쳐 섭지코지까지 온 듯 했습니다. 오던 길에 군데군데 솟은 오름이 걸림돌이 되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오름이 바람을 자극한 듯 참으로 드센 힘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그 바람에 걸려 넘어지고, 어떤 이는 그 바람에 밀리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바람을 등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바다 쪽으로 내딛었습니다. 걷다가 게으른 마음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