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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몸에게 묻다 줌마네 취재기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며 고민했다. 학교에 들러 학과 선후배 체육대회에 참여할 것인가, 아님 그냥 집으로 가서 쉴 것인가. 어제 가평으로 출발할 때 축구화와 운동복을 챙겼지만, 1박2일간의 취재기행을 끝낸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고심하다가 기차가 성북역에 도착하자 내렸다. 체육대회에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지 않은데,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이는 게 준비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마음 보탬이 될 듯 했다. 체육대회가 시작되는 오후 2시까지는 두어 시간 쯤 남았다. 무엇보다도 잠을 좀 자야겠다 생각했다. 취재기행 전날까지 며칠 동안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잘 곳은 마땅치 않았다. 학생회실은 청소 중이었고, 그나마 있는 쇼파도 낡았다. 잠시 서성이다가 청소를 마친 후배들과 .. 더보기
"연애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연애를 하면 수많은 기억들이 쌓인다. 때론 그 기억에 갇히기도 하고, 그 기억으로 인해 괴롭기도 하다. 내 연애의 기억을 풀어 헤친다. 이 과정이 나를 더욱 옭아맬 동아줄을 만들지, 자유롭게 날수 있는 날개를 덧붙여 줄지 지금으로선 알지 못한다. 다만,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몰랐을 지라도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그로 인한 모든 아픔과 성장도 그 모든 것까지가 연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는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큰 힘이다. 비록 수많은 방황의 뒷길에서 몸과 마음이 충분히 괴로운 다음에야 미욱하게 깨닫곤 하지만…. #1 - 첫 만남 한 시간 여 동안 얘기를 나누고 나오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깨끗한 사람을 만나고 나온 느낌. 작은 것들을 찾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더보기
어머니가 준 생일 밥 값 "정환아! 며칠 있으면 네 생일이지? 내가 돈 줄 테니까 너 맛있는 것 사 먹어라이.” 8월말 어머니에게 갔을 때, 어머니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셨다. 생일날 아침에 미역국이라고 끓여 먹이고 싶었겠지만, 생일이 평일이고 내가 바쁜 줄 아니 얼마라도 돈을 주시는 거였다. 시골에 살아본 노인네들이 힘들어도 일하기를 바라듯, 어머니 역시 놀기보다는 뭐라도 해야 한다며 여전히 일을 하고 계신다. 육신이 편하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임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돈 욕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온 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한 번도 일터를 떠나 본 적은 없다. 식당일에서부터 목욕땅 청소까지, 당신의 자존심 때문에 굳이 일을 가리진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술꾼’인 아버지와 살면서 가진 유일한 희망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