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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헤픈 낙서 실연에 아파하며 못 견뎌 하는 건 인간의 오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 그 무엇에게도 헤어짐은 지극히 일상이며 익숙한 일입니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 또한 당신의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에서 어찌 단 하나의 끈만이 온전하길 바라겠습니까! 사랑은 그쯤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다 무심코 떨어뜨린 신용카드 명세표처럼, 푸릇한 기운이 감돌아도 어느 저녁 바람 한 줄에 숨을 놓아버린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실연에도 그만큼의 익숙함으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프고 못 견딜 실연이 남아있다면 이 글은 단지 헤픈 낙서일 뿐입니다. (2002.7.) 더보기
삶이 씁쓸했던 날에 만난 벗들 서른 셋의 가운데 날들에서 서성거렸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내 몸의 두 번째 반란을 겪고는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덜렁거리던 앞니를 간신히 고정시켜 둔 날, 그래도 기를 보강하려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는 마음에 밥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어금니로만 식사를 해결하자니,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아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이내 삶이 씁쓸해졌습니다. 결국 이런 것까지가 삶이라는 테두리에 드는 것일텐데…. 좀더 복잡한 감정이 고일 법도 한데 느낌은 담백했습니다. 유신론(有神論)자이되 무신론(無信論)자로서 그동안 내 의지를 강하게 믿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타고 가던 버스가 뒤집히더라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은 이번 반란으로 순.. 더보기
한 그루 나무에 매달린 잎새처럼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수백 수천 개의 잎들을 바라봅니다. 바람은 한 곳에서 불어도 잎새들은 모두 제각각으로 움직입니다. 몸을 뒤로 젖히는가하면, 조잘거리듯 팔랑거리는 잎도 있습니다. 수백 수천의 잎들이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바람을 맞이하지만, 그것은 나무 한 그루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한 그루 나무와 같기를 바랍니다. 2백여 명의 직원들이 4천 7백만 국민의 인권 향상과 60억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각 개인이 가진 고유한 빛깔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바람을 디딤돌 삼아 노을이 안에 ‘개인인권위원회’를 만듭니다. 잎새는 가뭄엔 몸을 움츠려 수분의 발산을 막기도 하고, 때론 몸을 활짝 펴고, 햇살을 몸 가득 담습니다. 그 모든 행위가 잎새를 위한 것이지만, 또한 나무가 성장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