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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30과 12분의 10 새벽에 부러진 집 열쇠 kBS1 라디오 에 ‘오늘의 단상’ 꼭지가 있다. 여기에 짧은 원고를 써 보라는 제안이 우연히 들어왔다. 이 일을 소개해 준 사람과 구성작가와 함께 만났다. 셋이서 마포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후 술 한잔하자는 분위기에 서대문 근처로 옮겼다. 내게 하루주점 티켓이 있었다. 편집장이 오전에 팔았던 것인데 나는 한 장만 구입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구입해내게 몰아주었다. 마지막엔 편집장이 가진 표까지 내게 줘 1만원짜리 아홉 장이 있었다. 셋은 서로 나이가 비슷해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모두들 술을 많이 마셨다. 안주를 세 가지 주문하고 영업시간이 되어 쫓겨 날 땐, 맥주 세 병을 가방에 넣고 나왔다. 구성작가의 ‘선동’에 셋은 다시 노래방으로 갔다. 맥주를 가방에서 꺼내고 30분 신청.. 더보기
한라산 기슭같은 사람들 “제주도 취재 나흘째, 한라산에 올랐다. 한라산의 형세는 제주 지역운동의 지형도와 닮은 구석이 있다. 백록담을 에둘러 불쑥 고개를 치켜든 봉우리가 2백여 회원을 둔 시민단체들을 나타내고 있다면,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산허리는 자생적인 주민단체들의 모습에 빗댈 수 있다. 그러나 한라산은 백록담을 둘러싼 봉우리와 허리격인 중산간 지역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한라산이 우뚝 솟기 위해서는 산기슭이 있어야 한다. 파도에 부딪히며 끊임없이 자기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해안의 바위들이 있어야 한다. 그 산기슭과 바위들이 한라산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를 지탱해주는 그 산기슭과 바위들은 누구일까. 민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진부해 보인다. 4박 5일간 제주지역을 취재하던 중 들었던 어떤 이의 삶으로 제주지역의 희.. 더보기
“이근안이 자수했단다” 연세대에서 윤금이씨 추모공연을 보고 있는데,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근안이 자수했단다.” 순간, 안타까움이 앞섰다. 당연히 잘 됐다고 박수쳐야 함에도. 지난 10월 23일 기획회의 때, 기획안으로 ‘이 이근안을 잡자’는 안을 올렸다. 모두들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킬 생각이었다. 실제로 현장을 뛰면서 몇 가지 취재해 볼 계획도 세웠다. 기획안 작성 후, 사무실에선 인터넷 검색이 쉽지 않아 PC방에 가서 그 동안 기사를 부지런히 검색했다. 그처럼 내심 벼르던 기획안이었는데, 이근안이 잡히고 나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번 신창원 때도 그랬다. 신창원이 잡히기 한 달 전에도 신창원을 잡자는 기획안을 냈었다. 그때는 우회적이었고 기획안이 치밀하지 못해 다음 달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