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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30과 12분의 9 자전거 첫 출근 명륜동으로 이사한 후 자전거타고 첫 출근길이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배낭을 맨 채 자전거에 올랐다. 그동안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머릿속에 그린 길을 떠올리며 집을 나섰다. 1차 코스는 혜화로터리, 창경궁, 현대사옥앞, 안국동로터리, 광화문까지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렸다. 고난은 여기서 부터다. 먼저, 광화문 앞에서 직진해서 달리자니, 사직터널이 나온다. 오르막이 있어서 만만치 않다. 포기한다. 이번엔 광화문 앞에서 좌회전을 받아 세종문화회관 뒤로 돌아 서대문으로 들어섰다. 이어서, 서대문 - 아현동 - 공덕동로터리 - 마포까지 달렸다. 마포역 근처에 자전거를 세우고 나니 집에서 나온 지 30분 정도 걸렸다. 몸은 땀으로 젖었다. 배낭을 멨으니 더욱 땀이 뱄다. 회사로 들어와 옷을 갈.. 더보기
이별하고 난 후 사과에 대한 일 고찰 사과를 쪼개보렴. 사과 알맹이란 그 안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껍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사과 꼭지를 만져 보렴. 가는 한 줄기로 사과를 붙들고 있으면서도 토실한 사과알맹이보다도 깊이 손을 뻗쳐 씨앗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씨앗을 들여다보렴. 두서너 알이 한 곳에서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어도 그들 사이엔 빈 공간을 두지. 어쩌면 욕심을 부렸는지도 몰라. 사과 대신 씨앗을 먹으려 했거나 좀더 편하자고 씨앗을 꼭지 가까이로 끄집어내려 했거나 아예 다른 여유도 없이 밀착하려고만 했는지 몰라. (1999.9.) 더보기
밤을 꼬박 지샌 소개팅 오후에 학교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전에 만났을 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는데, 대략 이번 주 일요일쯤으로 날짜를 잡자고 했다. 그래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그런데 일요일날 약속이 있다며, 어렵다고 했다. 끌끌. 중매인이 빠지려 들다니. 잠시 고민하다가 소개팅 해주기로 한 그 후배를 오늘 만난단 얘기를 듣고 함께 만나기로 했다. 저녁에 김경환 선배 형수와 약속이 돼 있어서, 장소를 건국대 근처로 잡았다. 5시 30분 정도에 만나 이른바 소개팅을 했다. 그러나 이걸 소개팅이라고 말하긴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말하자면, 후배를 만나러 갔다가 함께 온 다른 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내가 주로 수다를 떨었다. 상대방은 내 후배와 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