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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구치소 뜰 안에 선 가을 은행나무 선배, 그것을 알 지 모르겠소. 그 맘쯤 거기 그 뜨락에도 가을은 참 부지런히도 살아가고 있더군요. 선배 면회를 가던 날 우리네는 무엇이 좋은지 마구 달려갔소. 택시에서 내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그 뜨락으로 들어설 때 곳곳에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았소. 보려 해서 본 것은 아니었소. 내 맘이 먼저 그곳에 가 앉더군요. 그 뜨락에, 즐겁게 맞이할 사람이라고는 없을 듯한 그 뜨락에 저 홀로 가을인양 잎잎마다 노랗게 사연을 담았더군요. 소리도 없이 속삭이는 은행나무의 가을사연을 듣다 선배와 나누려 몇 마디 준비했던 말들을 그들에게 들려줘야 했소. 이 가을 당신은 무슨 죄를 지어 온 푸름을 덜어내려 하는가! 해마다 겁도 없이 혁명을 꿈꾼 죄인가! 한 뼘쯤이나 될까 그 만큼 더 높이 하늘에 닿으려 한 죄인가! 혁.. 더보기
30과 12분의 10 새벽에 부러진 집 열쇠 kBS1 라디오 에 ‘오늘의 단상’ 꼭지가 있다. 여기에 짧은 원고를 써 보라는 제안이 우연히 들어왔다. 이 일을 소개해 준 사람과 구성작가와 함께 만났다. 셋이서 마포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후 술 한잔하자는 분위기에 서대문 근처로 옮겼다. 내게 하루주점 티켓이 있었다. 편집장이 오전에 팔았던 것인데 나는 한 장만 구입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구입해내게 몰아주었다. 마지막엔 편집장이 가진 표까지 내게 줘 1만원짜리 아홉 장이 있었다. 셋은 서로 나이가 비슷해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모두들 술을 많이 마셨다. 안주를 세 가지 주문하고 영업시간이 되어 쫓겨 날 땐, 맥주 세 병을 가방에 넣고 나왔다. 구성작가의 ‘선동’에 셋은 다시 노래방으로 갔다. 맥주를 가방에서 꺼내고 30분 신청.. 더보기
한라산 기슭같은 사람들 “제주도 취재 나흘째, 한라산에 올랐다. 한라산의 형세는 제주 지역운동의 지형도와 닮은 구석이 있다. 백록담을 에둘러 불쑥 고개를 치켜든 봉우리가 2백여 회원을 둔 시민단체들을 나타내고 있다면,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산허리는 자생적인 주민단체들의 모습에 빗댈 수 있다. 그러나 한라산은 백록담을 둘러싼 봉우리와 허리격인 중산간 지역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한라산이 우뚝 솟기 위해서는 산기슭이 있어야 한다. 파도에 부딪히며 끊임없이 자기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해안의 바위들이 있어야 한다. 그 산기슭과 바위들이 한라산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를 지탱해주는 그 산기슭과 바위들은 누구일까. 민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진부해 보인다. 4박 5일간 제주지역을 취재하던 중 들었던 어떤 이의 삶으로 제주지역의 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