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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이근안이 자수했단다” 연세대에서 윤금이씨 추모공연을 보고 있는데,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근안이 자수했단다.” 순간, 안타까움이 앞섰다. 당연히 잘 됐다고 박수쳐야 함에도. 지난 10월 23일 기획회의 때, 기획안으로 ‘이 이근안을 잡자’는 안을 올렸다. 모두들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킬 생각이었다. 실제로 현장을 뛰면서 몇 가지 취재해 볼 계획도 세웠다. 기획안 작성 후, 사무실에선 인터넷 검색이 쉽지 않아 PC방에 가서 그 동안 기사를 부지런히 검색했다. 그처럼 내심 벼르던 기획안이었는데, 이근안이 잡히고 나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번 신창원 때도 그랬다. 신창원이 잡히기 한 달 전에도 신창원을 잡자는 기획안을 냈었다. 그때는 우회적이었고 기획안이 치밀하지 못해 다음 달로.. 더보기
30과 12분의 9 자전거 첫 출근 명륜동으로 이사한 후 자전거타고 첫 출근길이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배낭을 맨 채 자전거에 올랐다. 그동안 버스를 타고 오가면서 머릿속에 그린 길을 떠올리며 집을 나섰다. 1차 코스는 혜화로터리, 창경궁, 현대사옥앞, 안국동로터리, 광화문까지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렸다. 고난은 여기서 부터다. 먼저, 광화문 앞에서 직진해서 달리자니, 사직터널이 나온다. 오르막이 있어서 만만치 않다. 포기한다. 이번엔 광화문 앞에서 좌회전을 받아 세종문화회관 뒤로 돌아 서대문으로 들어섰다. 이어서, 서대문 - 아현동 - 공덕동로터리 - 마포까지 달렸다. 마포역 근처에 자전거를 세우고 나니 집에서 나온 지 30분 정도 걸렸다. 몸은 땀으로 젖었다. 배낭을 멨으니 더욱 땀이 뱄다. 회사로 들어와 옷을 갈.. 더보기
이별하고 난 후 사과에 대한 일 고찰 사과를 쪼개보렴. 사과 알맹이란 그 안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씨앗을 보호하기 위한 껍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사과 꼭지를 만져 보렴. 가는 한 줄기로 사과를 붙들고 있으면서도 토실한 사과알맹이보다도 깊이 손을 뻗쳐 씨앗에게 가까이 다가서려 하지. 씨앗을 들여다보렴. 두서너 알이 한 곳에서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어도 그들 사이엔 빈 공간을 두지. 어쩌면 욕심을 부렸는지도 몰라. 사과 대신 씨앗을 먹으려 했거나 좀더 편하자고 씨앗을 꼭지 가까이로 끄집어내려 했거나 아예 다른 여유도 없이 밀착하려고만 했는지 몰라. (1999.9.) 더보기